잠자리 동화책을 읽고 잠시 투정을 부리다 토닥토닥하면 금세 잠 들거야, 란 게 내 시나리오였다. 살짝 꼼수를 쓴 걸 빼고는. 잠자리를 정돈하고 이불을 덮어주는데 아기가 바로 잠들 것처럼 보였다. 며칠째 목감기라 입 안이 바짝 말라 있었다. 책 한권쯤 읽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그냥 넘어간다면 나 역시 넘어가줄 용의가 있었다. 그런데 어렴풋이 뭔가를 찾았다. 얼렁뚱땅 넘어가나, 찾던 손길에서 짜증이 묻어나고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버텨볼까, 아냐 그만하자 갈래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빵하고 터졌다.

 

 부랴부랴 책을 대령하고 읽어도 고개를 젓고 온몸으로 짜증을 표현한다. 나보고 누우래서 순한 양처럼 누웠는데 그게 또 맘에 안 들었는지 큰 소리로 운다. 다시 일어났더니 누우래고 누웠더니 짜증을 내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혹시 배가 고픈건지 물었지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을 낸다. 허. 가만히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잠투정이고 빌미는 내가 제공했다. 머리카락이 다 젖을 정도로 짜증을 내고 귀를 팍팍 긁어대고 내가 뭘 하든 맘에 안 들어했다.

 

 처음 시작은 책을 안 읽어준 것이지만 마음은 저도 모르게 날개를 달고 날아갔다. 예전에는 밥, 잠, 지루함 항목으로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려서 필요를 채우거나 달래면 금세 울음을 그쳤다. 잠투정도 어느 정도 달래면 수긍을 했었다. 아기에게 복잡한 마음 생겼다. 엄마가 꼼수를 부린걸 안 걸까, 자기 기대대로 되지 않아서 화가 났을까, 낮에 엄마가 이모들 왔을 때 누군가 대신 아기 행동에 반응해주니까 좋다고 한 게 서운했을까, 낮에 충분히 눈 마주치고 놀아주지 않아서 화가 난걸까. 정말 단순한 잠투정인걸까. 아기 마음을 모르겠다. 엄마 품에 푹 안겨서 잠들면 좋겠는데.

 

 한참 울고 짜증내다 앉아서 꾸벅꾸벅 졸던 아기를 안아서 토닥토닥 한 다음 눕혔다. 밖으로 나오니 아기 아빠는 핸드폰으로 오디션 프로를 보고 있다. 내 마음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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