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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매뉴얼 - 내 인생에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그건 섹스일지도
펠리시아 조폴 지음, 공민희 옮김, 폴 키플, 스카티 레이프스나이더 그림 / 큐리어스(Qrious)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의 나는 정말 섹스를 잘하고 싶었다. 코르셋 입고 있을 때라 나의 만족이나 기호, 욕망 때문이 아니라 '명기'가 된다거나 상대에게 잊지 못할 섹스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 인도는 커녕 인도 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주제에 카마수트라를 사서 연구를 한다는 둥- 게을러서 못함- 마루타 같은 상대를 골라 연구를 한다는 둥 그 시도와 삽질이 심히 다양했다. 그 와중에 느낀 것 하나는 섹스야말로 정말 케바케라는 것. 누군가에게 했던 행위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좋을리는 없다는 것. 기본에 해당하는 개론은 있지만 각론은 제각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차츰 깨달은 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잘하는 사람이 섹스도 잘한다는 것.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상대의 의도와 감정을 읽어내고 자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사람은 섹스도 잘한다. 관계맹인 주제에 너무 심오한 목표를 세웠구나 싶었다. 하다보니 관습적으로 역량이 키워지는 것도 있기 마련이라지만 섹스는 꼭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섹스는 짜릿하고 기분이 조크든요 같은건가 보다.
성심리 수업이었나? 선생이 칠판에 ‘섹스’라는 단어를 써놓고 어떤 느낌이 드는지를 물었다. 여기저기서 야하다, 절정, 여남, 피임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불쑥 나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귀찮다’라고 했다. 하, 내가 지금 뭘 얘기한거야. 괜히 쫄아서 눈치를 보는데 일부에서 수긍하며 한마디씩 보태더니 전체 분위기가 ‘좀 귀찮기도 하지’로 넘어갔다. 에로틱하고 은밀하게 꼭꼭 씹어서 되새겨야할 섹스를 귀찮다고 해도 다들 괜찮은거야? 섹스를 잘하고 싶었지만 내게 섹스는 귀찮은거였다. 나는 나를 잘 모르는지 어먼 곳에 나를 몰아붙여왔다. 지금은 귀찮은대로 산다.
섹스 메뉴얼은 케바케 섹스를 위한 개론서이다. 대체로 PC하고 (남성 상위를 다른 책처럼 정상위라고 하는 멍청스러움은 없다.) 진지하다. 그래서 가끔 웃기다.
섹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다. 급결론은 아기가 낮잠에서 깼기 때문.
상대방의 머리를 만지기 전에 가발이나 부분 가발을 썼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자칫 가발을 떼어내버린다면 섹스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키스하기 직전 가글을 하거나 사탕, 혹은 달콤한 음료를 마십니다. 특히 흡연자들에게는 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입에서 재떨이를 핥는 느낌이 들어선 안 되니까요.
가슴은 라디오 다이얼이 아닙니다. 유두를 과도하게 비틀거나 돌리는 행동을 상대방을 짜증 나게 합니다. 가슴은 당신의 저녁식사가 아닙니다. 부드럽게 빨고 가볍게 깨무는 정도가 적당합니다. 세게 물거나 마구잡이로 무는 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