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어깨에서 타고 내려온 통증이 등으로 뻗어 허리에 다달았다. 왼쪽이 아파 오른쪽으로 지탱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오른쪽도 아프다. 내가 좋아하는 젊고 잘생긴 한의사가 있는 한의원에 갔다. 무려 아기를 데리고 말이다. 아기는 순한편이라 유모차에 앉아서 과자 먹으며 잘 있을줄 알았는데 엄마가 윗통을 까고 전기물리치료 하고 가만히 누워있으니까 이상했나보다. 유모차 안에서 몸부림치고 뒤척이길 몇 번, 한의원 간호사님들이 돌아가며 아기를 봤다.

 

 한의사가 부황을 떠서 사혈을 하고 침을 놓길래 왜 아픈지 물었다. 근력이 약해져서 쉽게 근육이 뭉치고 신경이 눌려서라고 한다. 나는 한의사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지만 궁금한거 100가지를 다 물어도 다 대답해줄 수 있는 '경험 없는' 상태가 좋다. 왠만한 의사들은 귀가 안 들리는 척, 질문하는 환자 스스로 내 질문이 이상한지 되짚게 하거나 미처 증상을 말하기 전에 처치/치료 다 하고 배웅할 때 환자 말에 귀기울이고 한자가 이해할 수 있게 얘기해주는 의사는 특별하다. 그런 의사가 이 시골에 있다는 것도, 이렇게 젊고 잘생긴데다 상냥한 것도 무척 특별하다.

 

 아기 낳고 산후조리 한 후 그래도 걷는다고 걸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나보다. 오른쪽 근육을 더 많이 써서 오른쪽 허리에 침을 놓을 때 더 아팠다. 아기는 간호사님들과 놀다 엄마랑 한의원에 온 꼬마랑 놀다 웃다 했다. 침을 맞고 원적외선 쬐며 깜빡 잠이 들었다.  달콤한 잠이었다. 집안일과 육아는 흔적없이 스쳐서 내용이 축적되는 활동을 한다는게 하루 뺴고는 풀스케줄이다. 피곤하다. 새벽에 잠이 깨 음머암마맘마 엄마 하는 아기 덕분에 중간에 깨는 것도 피곤을 가중시킨다. 배우는걸 줄이든가 일찍 자든가, 낮잠을 좀 더 자든가. 깨기 싫은 잠이다.

 

 침을 다 맞고 정리를 하는데 간호사님이 커텐을 치웠다. 맞은편에 베드에 아이가 간호사님과 앉아있다. 종이컵을 사정없이 구기며 나를 보고 활짝 웃는다. 너는 어디서 왔니, 어떻게 하루하루 더 예쁘고 사랑스러워지니. 아련한 잠기운에 부드러운 기분이 스며든다.

 

 지난번에 손목에 침을 맞았을 때는 다음날 말끔히 나았는데 이번에는 오래갈 듯 하다. 근력을 키우기 위해 아령을 들고 춤을 췄다. 요가를 하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데 뒷편에서 a가 핸드폰을 한다. 핸드폰 카메라가 나를 향해 있어 도촬 당할지 모르니 카메라를 가리라고 했다. (그 와중에 분별력은 있어 도촬해도 암짝에 쓸모없는 그림일거란 생각은 하지만) 당분간 몸부림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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