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전에 태동검사를 통해 진통 강도는 이 정도면 괜찮은데 간격이 너무 멀고 자궁문 열리는 속도가 느리다며 촉진제를 맞자고 했다. '오전에 의사가 오늘 안에 낳자고 했는데 9시간 진통 했으니까 자궁수축제를 맞는다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니겠지?'란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맞자마자 진통은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 한숨 돌리면 다시 진통이 시작되고 또 시작됐다. 임신 초기에 다양한 선택지 안에서 고민했던 내용들이 참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가능하면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싶었는데 진통이 언제 끝날지 모를 지금 상태라면 제왕절개나 무통분만 등 인위적인 시술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촉진제 맞으면 오늘 안에 낳나요?' '그럴 수도 있지만 진통하다 말기도 한다'고 간호사가 말했을 때는 진통하다 말고 펑펑 울고 싶었다.

 

 진통이 올 때 간호사가 코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입으로 내뱉는 호흡을 해야 아기도 밑으로 잘 내려올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몸을 비틀며 진통을 견디는데 급급했다. 빨리 이 과정이 끝나서 아이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촉진제를 맞기 전 자궁문이 5cm가 열렸는데 촉진제를 맞고 나서 진통이 계속되니 골반이 아릿하고 간이 침대에 발을 쾅쾅 구를 정도로 주책 맞게 아팠다. 10cm가 열려야 분만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설마 지금 버틴 시간만큼 또 견뎌야하나. 생각할 틈도 없이 진통이 계속됐다. 촉진제를 맞은지 30분쯤 지나서 간호사 한명이 내진을 했다. 그러더니 간호사들이 우르르 분만 대기실로 몰려들어와 순식간에 공간을 메웠다.

 

 분만 준비가 갑작스레 시작됐다. 내진으로 자궁문이 충분히 열렸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산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리는 최대한 벌리고 진통이 시작되면 손으로 허벅지를 꽉 잡고 힘을 주라고 했다. 아기가 위험할 수 있으니 진통이 있어도 몸을 비틀면 안 되고 호흡을 끝까지 해야한다고 했다. 아기는 엄마보다 세배나 고통스럽게 나올 준비를 한다고도 했다. 고통은 극에 달하는데 여러 요구와 꾸짖음, 협박이 오고갔다. 몸을 최대한 안 움직이며 다릴 잡고 힘을 줬다. 내진을 하던 간호사가 신호를 보내자 등 뒤에서 날 받치고 있던 간호사가 내 몸을 공처럼 구부러트렸다. 이 후 신속하고 일사분란하게 분만실로 이동했다. 이 과정은 흡사 분만 어벤져스 같은 느낌을 줬다.

 

  분만대 계단 위로 올라갔다. 휑하고 썰렁한 분만대 위에 누워 얼마나 더 기다려야 아이가 나올지 생각하다 다시 진통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진통이 있을 때마다 분만대 손잡이를 힘껏 당기고 다리 올리는 곳에 발을 올리고 힘껏 밀라고 했다. 호흡을 뱉지 말고 숨을 참으며 힘을 주라고 했다. 하라는대로 했지만 진통을 견디느라 몸을 비틀어 또 혼났다. 대변을 볼 때 힘주는 곳에 힘을 주고 다시 힘껏 밀고 당겼다.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힘을 줬다. 간호사가 자신이 하겠다며 다시 분만대로 올라와 내 등 뒤에서 내 몸을 구부러뜨리며 배를 꾹 눌렀다. 몇 차례의 진통과 힘주기가 끝나고 뭔가 준비됐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아마 아기 머리가 보였나보다. 수술 가운을 입은 의사가 나타나고 다시 한 두번 더 힘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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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09: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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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13 2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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