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마을 행사에 갔다가 할머니들 틈에 껴서 전이랑 이런저런 잔치 음식을 먹었다. 마침 깬 아기를 돌보며 어머니들 아기 키웠을 때 얘기, 아기가 올망졸망 예쁘다는 얘기 등등을 두런두런 나눴다. 할머니들 중 유독 한분이 아기를 귀여워하며 한번 안아보자고 했다. 선뜻 아기를 안겼더니 한참을 아기랑 재미있게 놀았다. 그러다 밥 때가 돼서 (그동안 먹은 건 에피타이저였나? 무려 돼지고기 삶은 것까지 먹어치웠는데) 밥이랑 국, 반찬이 바닥에 깔리자 할머니가 밥을 먹어야겠다며 아기를 나한테 '던지듯' 건넸다. 다른 어머니들이 애기 엄마 어쩌고 하면서 챙겨주는데 그 할머닌 나만 쏙 빼놓고 옆 할머니한테 수저를 준다. 옆 할머니가 '애기 엄마는'이러면서 챙길 정도.
아기랑 놀다 우유를 먹는데 자꾸 할머니가 놀자고 발을 간지럽혔다. '해찰하면 애기가 밥을 잘 못먹어요.'라고 해서 그런가.
평소에 자주 가는 베이커리 까페가 있다. 임신 했을 때는 혼자 가서 책도 보고 그랬던 곳인데 주인이 마음씨 곱게 두분이 왔다며 포도즙을 줘서 더 인상적이었던 곳이다. 아기가 어느 정도 컸을 때 까페에 들렀는데 아기에 대해 아무런 말을 안 하는거다. 평소에 데면데면했던 가게 사장님들도 활짝 웃으며 아기 좀 보자 했는데.
아기가 귀한 시골이라 아기를 데리고 다니면 기대 이상의 환영을 받는다. 아기도 얼르고 웃는 어른들에게 환하게 웃어준다. 환영이 디폴트값이 되다보니 안 그러면 서운하다. 가져선 안 될 마음이고 고마운 정도로 끝나야 하는데 기대치란게 맘대로 하향 조정이 안 된다. 아기를 막 귀여워하다 자기 일 있다고 신경을 안 쓰면 왜 그렇게 서운한건지.
아기 덕분에 어디서건 내가 갖지 못한 관심과 집중, 사랑을 받아서 이걸 기준점으로 착각하는걸까. 암튼 종잡을 수 없는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