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기 전 정희진의 책을 읽었다.


 예전에는 책을 서문에서 목차까지 순서대로 읽고는 했는데 요새는 생각나는대로 책을 살짝 펼쳐들고 원하는 꼭지를 읽는다. 신문에 연재한 글인만큼 짧은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데 글은 짧아도 생각할거리는 짧게 끝나지만은 않는다.

 프로이트와 페미니즘이 대항이론을 갖고 있는게 아니라 페미니즘 이론의 여러면은 프로이트에 빚지고 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본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 부분을 어디서 들었더라 하면서 생각하다 시간이 늦고 졸려서 잠이 들었다. 새벽녁에 잠이 깼고 화장실에 다녀와 다시 자리에 누웠다. 잠이 휙 달아났는지 정신이 말똥말똥해져 '히잉'하면서 다시 자려고 기를 쓰는데 a가 옆에 와서 누웠다.


 a는 곧바로 잠이 들었고 나는 뒤척이다 간신히 잠이 들었다. 

 오이디푸스팀으로 구성된 50여명의 사내들은 부자와 젊은 여자들을 죽이려고 한다. 사내들은 대단한 에너지를 뿜어대며 살인을 하기 전 야구경기를 한다. 그 중 한명은 야구 경기를 하고 싶어서 팀에 가입을 했다며 자신의 가족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미리 도망치라고 했다. 나는 이제 곧 죽는구나, 얼마 없는 돈을 이불 사이에 끼워놓고 자전거를 탔다. 조카랑 같이 자전거를 탔는데 조카는 무당이 어린 아이로 만들어서 위험에서 벗어났다. '나는 곧 죽는구나.' '허망하게 죽는구나'란 생각이 턱 끝까지 차고 들어와 숨이 꽉꽉 막혔다.

 한 사내가 내 몸을 더듬는데 흥분은 커녕 숨이 막혔다. 목을 조르는 것도 아니고 지딴에는 뭔가 해보려고 애를 쓰는데 하나도 즐겁지가 않다. 숨이 막히고 가슴 위로 쇳덩어리가 내려앉는 것 같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엉엉 울었다. 옆에 있던 a가 더웠는지 덮는 이불을 뭉개고 내쪽으로 몸을 기대서 베개와 이불 틈바구니에서 갑갑하게 잠이 깨고 말았다.


 정희진 책에서 오이디푸스가 나오고 a가 좋아하는 야구와 부자연스러운 잠자리. 하루종일 숨이 차다. 생리적인건지 심리적인건지 생각하다 '나는 나에 대해 집중하는 것보다 다른걸 생각하는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루이제 린저의 조언이 생각나 생각하길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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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10-0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의 조언이 참 좋네요.

Arch 2015-10-02 11:35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