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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청춘 - 일하고 꿈꾸고 저항하는 청년들의 고군분투 생존기
청년유니온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새해 초, 다시 연장 근무 얘기가 나왔다. 그 동안은 1시간 내외의 초과 근무에 대해서 수당을 받는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오는 게 관행이었다. 같이 근무하는 아해랑 힘을 합쳐 연장 근무 수당에 대해 의견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그 아해는 당연한걸 왜 묻냐는 식으로 나온다. 당직 서는 분에게 부탁하면 된다는 둥, 매번 이럴 수는 없다는 둥 꼼수를 부렸지만 소용없었다. 꼼수가 더 나올수록 '이기적으로' 근무하는 직원이란 딱지가 이마에서 점점 커지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잠자코 있었다. 부당한데 전에 사람들도, 지금 옆에 있는 아해도 다 하는걸 왜 나만 못하냐는 암묵적인 비난.
'사람들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기적이다,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사회가 정말 힘든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사회일까. (젊은 사람들을 비난하기 전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레알청춘'에는 88만원 세대, 20대 위로론, 20대 개새끼론까지 20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벗어나 20대 본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격려 혹은 충고라는 이름으로 기대어린 말들'로 젊은 사람들의 입이 되어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청년 유니온이 인터뷰한 이 책은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정작 그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 세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나 역시 그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기존에 갖고 있는 생각들을 뒤집고 '안정된 직장을 찾아가는 청년들이 왜 매도되어야 할까. 오히려 적성에 잘 맞지 않음에도 그런 직장을 찾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를 더 먼저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시각도 제시한다. ' 경험할 기회, 자기의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고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없다.'
어떤 교사가 되고 싶냐고 묻기 전에 우리 사회가 자문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교사를 바라는가.’
‘우리 사회가 바라는 아이들의 미래는 무엇일까’
20대의 태반을 '돈'과 '뭔지는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그 고민을 일거에 뒤집는 얘기도 나온다. '포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가 조화되지 못하고 양자택일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 인류는 비극을 맞이한다. 일과 사랑, 생계와 예술, 밥과 꿈... 전자는 생존이요, 후자는 실존이다. 생존을 잃은 상태가 죽음이라면 실존을 잃은 상태 또한 인류에게는 죽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회는 탁월한 행운을 누리지 못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죽음을 선사한다. 실존을 빼앗거나 생존을 빼앗는다.'
사실 '프리랜서라는 고상한 이름을 가진 비정규직 공장이자,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게 이 책은 암울한 자화상으로 보일 것이다. 20대의 문제를 개인의 노력 여하로 환원하는 것 만큼 사회나 구조탓을 하는 것도 맥빠지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게 시작이라고 본다. 문제를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 문제를 고치고 나아지게 하는 방법도 멀리 있지 않을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런거야.',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서 뭘 잘 모르나본데.'란 관행에 치인다면 20대에게 불리한 판을 뒤집을 수는 없다.
앞서 한 얘기는 싱겁게 끝났다. 누군가 이 상황을 우호적으로 보고해줬고 과장님은 흔쾌히 초과 근무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라고 했다. 누군가의 선의로 노동의 대가를 받는건 썩 좋은 경험이 아니다. 응당 그래야하는걸 사람들 눈치보고, 이기적인건 아닐까 자책하고, 퇴직과 암울한 재취업까지 생각한 면에서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