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가 새로운 가수들의 합류로 비공식적인 2기를 시작됐다. 지난 방송을 보고 그다지 맘에 안 든 편곡을 한 김조한이 7위를 할 것 같았는데 어쩜 그렇게 비공식적 심사 기준이라도 되는 것처럼 소리를 질러댄 순서대로 순위가 나오나 싶었다. 인순이의 무대에서 자꾸 우는 사람들의 모습을 교차 편집하는 바람에 노래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맺혔지만 노래가 그렇게 좋진 않았다. 관록 있는 가수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가 있고 노래에 맺힌 사연이 있었지만 그런 내용이 곧장 감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새로 나온 윤민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성대다’란 느낌이 들 정도여서 노래를 듣는 게 피곤했다.

 조관우와 장혜진, 자우림의 무대는 참 좋았다.

 지난번 ‘누구없소’로 내지르지 않고도 가수가 목소리로 얼마나 다른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장혜진과 가성이 갖고 있는 힘을 적절하게 풀어낼 수 있는 조관우의 무대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무대의 느낌을 상상하는 사람에게도 큰 즐거움을 줬다. 애초에 무대에 집중하고 하나의 곡을 음미할 수 있는 정도로 ‘나가수’를 본 입장이지만 이 두 가수의 선전은 무척 신나는 일이다. 

 그리고 자우림. 예전 페이퍼에도 언급했지만 나는 자우림이 좋다. 김윤아가 예뻐서 좋고 락 밴드들이 마크처럼 달고 다니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서 좋다. 물론 김윤아의 ‘부러 비주류’를 표방하는 느낌은 좀 그렇지만. 그녀가 여러 가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방방 뛰어다닐 때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나가수에서 자우림이 7위 하는걸 두고 누군가 쓴 글을 보고 뿔이 났다. http://media.daum.net/entertain/showcase/singer/enews/view?newsid=20110825112307257  ‘자신감과 여유를 가져야 한다.’,‘무대 바깥에서의 끝없는 진술들과 속내들이 엮어지고 그것이 무대 위로 집중되어 폭발할 때 힘이 생겨난다’ ‘김윤아가 리액션을 안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도도하고 고결한 척 하는 인상으로 오인된다.’

 헐~ 맥락없는 글(맥락 없고 뒤죽박죽인걸로 나도 만만치 않지만)도 문제지만 과연 그래서 자우림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가 하는 부분은 납득이 안 간다. 글쓴이에 따르면 분위기 좋게 리액션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무대와 다른 가수들에 대해 떠들어야 한다는건데 그건 대체 누구를 위한 립 서비스일까. 가수들이 시청자들이나 미래의 청중평가단에게 아양을 떨어야하는걸까, 아니면 프로그램의 성격상 그래야하는 거니까 군소리 말고 열심히 해야하는 걸까.

 내가 보기에 자우림이 7위를 하는 건 청중들이 원하는 ‘내지르기’ 실력이 없거나 그러고 싶지 않아서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가수들이 인터뷰와 리액션으로 끊임없이 자화자찬에 다른 가수 칭찬을 해대는 통에 -이 사람들 끄떡만 하면 기립이다.-나는 ‘나가수’가 재미없어지려고 하는데 굳이 자우림까지 나서서 그럴 필요도 없을뿐더러 가수가 자신의 무대 외의 것을 끊임없이 얘기하고 자신의 사연을 말해서 무대 위에서 폭발력을 갖는다는 것도 도저히 수긍이 안 간다.

 몇 가지 조언이랍시고 하는 소리엔 ‘나가수’의 부정적인 기능 중 하나인 가수들을 경쟁시키는 것 외에도 그들을 미디어의 포맷에 길들이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결국 청중평가단의 구미에 맞는 ‘내지르기’ 창법과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한-대체 뭘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우림은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자우림을 ‘나가수’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자우림을 응원한다. 편곡을 세게 하고 훌륭한 리액션을 한다고 가수의 색깔을 잃는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왜 한 가지 방법만을 강제하고 의식적으로 염두하게 하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그게 순위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성향이라고 하더라도.

 정재형의 말처럼 ‘예술가는 착하거나 진지한 사람이 아니라 추하기도 한 일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나가수’는 예술가를 잃고 예능인 내지는 프로그램 포맷형 가수를 얻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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