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의 악당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처음엔 좀 의심스러웠다. 김혜수와 한석규란 조합도 그랬고, 이층에서 뭔가를 찾는 사람과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의 이야기일거란 부분에서도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다. 몸풀기처럼 느긋하게 진행되던 영화가 김혜수의 신경질적인 성격이 인물들간에 엇갈리는 상황이나 대사들과 마주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석규가 김혜수의 관심을 돌릴 목적으로 ‘아유, 귀여운 비관론자’라며 그녀 볼에 손을 대자, 해주씨인 김혜수가 몸을 흔들며 소리를 꽥 지른 부분에선 최근 오만 신경질을 다 내고 있는 내 모습과 겹쳐 머쓱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층의 악당>은 손재곤 감독의 전작 <달콤, 살벌한 연인>과 비슷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연애 못해본 어설픈 박용우와 어쩌다보니 불면증에 걸려 신경질적인 김혜수의 상황이 빗어내는 웃음 코드, 뭔가를 숨기는 사람과 내력을 모르는 사람간의 엇갈림, 낭만적 연애론에 종지부를 찍는 점이 그렇다. 익숙한 상황을 비트는건 감독의 각본 <재밌는 영화>에서부터 익히 쓰여왔던 코드였다.  <이층의 악당>은 그 지점들을 좀 더 파고들며 캐릭터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잔재미로 채운다.

 <쩨쩨한 로맨스>가 발랄한 설정과 충분히 개연성 있을 수 있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연애에 성공하는 여남관계의 활활 타오르는 낭만-여기서 말하는 낭만은 영원한 사랑,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상대에 대한 독점적 소유욕에 기반한 관계를 지칭하는 말임-을 얘기한다면 <이층집 악당>은 ‘연애해도 별거없잖아, 흥’이라며 콧방귀를 뀐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건방지게 쿨한건 아니다. 그들간엔 연애보다는 상도의가 남아 있고 관객들에게는 감정적인 강요(한국 영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처럼 쓰이는 ‘웃기다 울리기’)보다는 그저 잘 쓴 각본의 열린 결말이 있으니까. 물론 일각에선 큰 뼈대의 줄거리가 없다거나 상황과 대사로 웃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글쎄, 이 정도 재미를 주는 영화를 오랜만에 봐서 나로선 웰 메이드에 대한 미련이 없다. 혹시 손재곤 감독이 오랫동안 비슷한 작품만 만들었다면 변화가 있길 바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