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1292218355&code=940202 

 이 기사를 보고 돈이면 다 되냐란 너무 뻔한 생각이 떠올랐다. 대체 최철원씨는 어떤 정신 세계를 갖고 있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을 한걸까. MBC 자료 영상 캡쳐를 통해 본 피해자가 구타당한 흔적은 참혹했다. 돈 없는 사람은 그렇게 당해도 되는걸까, 돈 없는 노동자는 매값을 받고 순순히 자기 직장을 떠나야 되는건가, 그런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대체 어떤 세상에서 사는걸까. 

 







시크릿 가든에서 현빈이 '왜 세상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는 장면을 본적이 있다. 그 치기는 억지스러웠지만 입장 바꿔 나도 부자들을 이해해보려 노력한적이 있다. 어떤 드라마에서 나온 재벌 아가씨는 자기들은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했다. 공부하러 유학가면 도피 유학이라고 하고, 몸이 안 좋아 군대를 안 가면 불법적인 군면제라고 오해한다며 부자인게 자신들의 잘못은 아니지 않냐란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의 눈'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사건의 진실이란 디케의 가려진 눈처럼 손쉽게 알 수가 없다. 그런데도 특권층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고 하는 것보다 사회적 약자만 피해자란 결론을 내린다고 말이다.

 부자에 대한 편견이 문제일까, 가난한 사람의 콤플렉스가 문제일까, 그런데 왜 가난한게 콤플렉스지? 좋은 부자란 듣기 좋은 수식어에 불과한걸까, 혹시 이건 '부자는 이렇고, 가난한 사람은 이렇다'란 정의를 내리고 싶어하는 편리한 방식 때문은 아닐까. 물론 이번 사건은 어떤 계층을 이해하고 안 하고의 문제는 아니다. 계급성에서 벗어나긴 어렵겠지만 계급대로만 행동하는 사람도 없을테니까. 단지 비상식적인 행동도 돈이면 용인될 수 있다고 믿는 자본주의적 사고와 권위주의에 일방적으로 순응하느라 방관한 직업인들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단지 양복을 입고 있어서 노동자가 아니란 환상을 품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신자유주의는 그들의 순진함을 비웃을 것이다.

 피해자 유씨가 고용승계 문제로 시위를 했을 때나 좀 더 넓게 보면 인수합병 과정에서 돈보다 부차적으로 취급되는 노동자의 생존권 문제가 발생할 때도 신자유주의의 정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다. 뭔가 그럴 듯한 직함의 전문가들이 하는 일이니까 그들 일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물론 나와는 별처럼 멀리 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엄기호의 '아무도 남을 돕지 마라'를 읽기 전에는.

 살기가 팍팍하고, 비정규직이라 초과 근무를 해야만 방세를 내고 생활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나 역시 재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죽을둥 살둥 노력을 안 해서라고 믿었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모든 판이 짜여진거라면? 

 








 신자유주의 안에서 부는 절대적인 가치가 됐다. 여기선 성실하게 일해 돈을 버는게 미덕이 아니라 얼만큼 빨리 자본금을 모아 제대로 굴릴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됐다. 국가 차원의 개입을 통해 사회적 기반을 마련한 선진국들이 사다리를 걷어찬 후 벌어진 개방의 결과는 분명해졌다. 가진자들이 지닌 전방위적인 통신망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는 대신 부를 찬양하고, 가난한건 비루하단 고정관념을 세뇌시켰다. 그래서 나처럼 몸뚱이 하나로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비빌 언덕은 아직 병들지 않은 몸이 다다. 그 몸뚱이에 가한 폭력은 하루 밥벌이에 급급하고, 분수도 모르고 계급을 이해해보겠다고 설쳤던 나조차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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