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가 요새 부쩍 귀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창의력은 바닥 수준이고, 옥찌는 이모 입만 바라보고. 하는 수 없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있다.

 놀이터에서 옥찌들이 놀고 있었어. 그런데 눈이 아주 큰 빨강색 귀신이 스윽 다가오는거야. 빨강 귀신은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다 온몸이 빨강색이라 아이들은 귀신이 화가 난줄 알았지. 아이들은 빨간 귀신을 보고 엉엉 울기 시작했어. 몇몇 아이들은 모래를 던져서 빨간 귀신을 쫓아내려고 했어. 빨간 귀신은 아이들이 갑자기 우니까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했어. 그래서 발을 동동 굴리기 시작했어. 아이들은 이걸 보고 또 자기들을 겁주는거라고 생각해서 더 큰소리로 울었어. 빨간 귀신은 아이들을 달래려고 한 아이한테 다가갔어. 그게 바로 옥찌였어. 옥찌는 그네를 타다 말고 그제서야 빨간 귀신을 본거야. 옥찌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귀신을 알았다는 듯이 반갑게 인사했어.

- 안녕.
- 넌 온몸이 빨갛구나.
- 난 빨간 귀신이거든.
- 넌 눈이 굉장히 크구나. 발도 정말 크고.  
- 아이들이 나 때문에 울어.
- 넌 그냥 같이 놀고 싶은 것 뿐인데. 그렇지?

 쓰다보니 꼬였다. 본래 이야기는 위악 떠는 귀신 이야기였다. 같이 놀고 싶은데 말하기 쑥쓰럽고, 어떻게 말을 건네야할지 몰라서 눈을 부릅뜨고, 발을 쾅쾅 굴리면서 본의 아니게 아이들을 겁주는. 무슨 귀신 이야기가 안 무섭고 교훈을 집어넣으려는 수가 훤히 보인다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다. 내가 이래서 교훈을 주려고 강요하는 동화책을 싫어한다. 

 이야기를 지어내다보니 나 역시 쑥쓰럽고, 겸연쩍어서 누군가에게 다가가지 못한건 아닌가란 생각을 해봤다. 그래서 옥찌에겐 살짝 속삭여줬다. 친구가 되고 싶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 

 오늘 알라딘에서 택배가 왔다.
 
 

 내가 모르는 책이다. 다람쥐는 도서관에서 본 일이 있었지만, 다른건 처음 봤다. 처음 봤는데 한번 보자마자 맘에 쏙 들고 말았다. 바로, JS人님이 옥찌들 보라고 선택한 책이니까. 나라면 이렇게까지 멋있는 리스트를 고르지 못했을테니까. 특히 '아기 토끼의 시끄러운 하루'는 벌써부터 어떻게 읽어줘야할지, 무슨 소리를 낼까라고 물어볼 때 무척 궁금하게 하려는 몸짓은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 속에서 휙휙 소리가 날 정도로 잘 떠올랐다.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무척 예쁜 동화책들이다.

  서재에서 책 선물 하고, 챙겨주고, 안부를 물어주는걸 왜 다른 누군가 먼저 해야한다고 생각했을까. 책 선물 뿐만은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난 참 많은걸 받아왔다. 다른 사람이 주고 받는 것만 부러워했는데, 난 더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걸 항상 한발짝 뒤에 깨닫는다.

 정말 고마워요. 잘 읽을게요. 내일 아침, 책을 보고 행복해할 옥찌들이 생각나요. 당신이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아시겠죠?

순오기님 담아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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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11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법사께서 멋진 선물을 하셨네요~ 옥찌들에게 축하를!
우리 컴이 시커멓게 나와서 잘 안보이니까 여기에 상품담기로 책 담아주세요.^^

Arch 2009-09-11 11:31   좋아요 0 | URL
흐흐^^

순오기 2009-09-13 22:18   좋아요 0 | URL
이젠 잘 보여요. 나도 저 책 찾아서 읽어보려고요~ 하나도 못 읽은 책이잖아요.ㅜㅜ

Arch 2009-09-13 23:22   좋아요 0 | URL
^^

2009-09-11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1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