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체성, 어떤 여성이 될 것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17
이현재 지음 / 책세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선 여성철학의 정의(여성적인 것에 대한 분석을 통해 타자 배제의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사고 방식을 찾는 철학이다.)에서 시작해 1세대에서 3세대까지의 여성운동에 대해 살펴본 후, 앞으로의 여성 운동 여성주의의 방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제껏 여성주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건 그 어디에도 어떻게 여성주의가 태동하고, 발전하고 다시 문제에 봉착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없었다는거였다. 이건 내가 게으른데다 제대로 책을 안 읽고, 좀 더 의욕해서 알려는 의지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에서 기득권인 남자처럼 되려는 과정에서 더 이상 절대적으로 옳은건 없는 포스터 모던까지. 이 책은 얇은 분량인데도 불구하고 성실하고 체계적으로 여성주의의 역사에 대해 정리해놓았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여성주의, 여성철학은 어떻게 진행되어야할까.
 
 저자는 낯선 자들과의 연대, 소란스러움에 대해 얘기한다. 설의 <집단적 의도와 행위>에 보면 같은 행위를 한다고 연대라고 불릴 수는 없다. '타자를 암묵적으로 협동적 행위자로 생각하는 것'이 설이 말하는 연대의 개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연대해야하는걸까.
 
 딘의 <낯선 자들의 연대>에 보면 '기존의 관습적, 정서적 범위에 속하는 연대는 제한되었다고 판단된다. 그 범위 안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딘은 백인 여성주의자의 자매애를 비판한다. 백인 여성주의자는 다른 국가의 클리토리스 할례나 히잡에 대해 비판하지만 정작 그들의 문화나 가치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는다.' 이 단언이 할례나 히잡을 옹호하거나 여성주의 내부의 적은 여성들 각자에게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단지 백인 여성들의 특정한 규범으로 타자를 재단한다면 유색인 여성의 욕망과 가치관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둬야한다.  
  딘은 반성적 연대를 제안한다. '자유와 다양성을 위한 연대, 차이와 존중에 기반한 연대'말이다. 반성적 연대는 '서로를 의사소통적 공동체에 속해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서로의 차이에 대해 묻고 반응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다소 시끄러운 과정을 함께 한다.' 반성적 연대를 통해서 우리는 '질문이 우리를 구성'하는 과정을 체험하며 '인정과 책임이라는 공통의 기대를 야기'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난 알라딘의 몇몇 분들과 비밀 댓글로 서로 다른 입장차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대부분 좋지 않게 끝났고, 그분들과는 지금도 어색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분들과 정치적, 문화적, 공공적인 부분의 연대를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려는건 아니다. 연대가 꼭 정치적이어야할 이유가 있다고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난 무척 편협했으며 나의 편협함을 보기보다는 상대방이 논리적이지 않다거나 틀렸다고 생각했다.
 낯선 자들의 연대, 반성적 연대를 통해 시끄럽고 고민되는 과정을 거치는건 거창하다고 생각했다. 거창했기에 내 삶과 맞닿을 수 있는 접점도 별로 없다고 생각해봤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정말 틀린 생각이었다. 연대가 아니어도 나는 질문이 우리를 구성하는 과정을 체험하고 싶으며 인정과 책임을 통해 공통의 기대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론에선 적극적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각론에선 참담할 정도로 무지했다. 
   
 내 욕심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분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 나의 틀로 상대방을 보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보는 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싶다. 나는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인데다 우물 안 개구리보다 좁은 시야를 가졌다. 그런 내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서야 완벽하게 일치하는게 아니라, 약간 비슷해서 더 유의미한 것들을 볼 수 있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는데 이전의 과오로 그 사람이 가진 다른 면모를 잃어버리는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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