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찌와 난 좀 각별했다.
이 문장은 과거형이다. 지금은 예전만하지 못하단 소리다. 무슨 놀이든 창의적으로 응용하는데다 다정다감한 막내가 등작했기 때문이다. 막내는 소꼽놀이로 아이들 혼을 쏙 빼놓고, 옥찌를 즐겁게 한다며 옷장 속에서 나프탈렌과 같이 삭아가는 예전 태권도복까지 꺼내 입으며 같이 놀아준다. 뭐, 할 말 다했지.
게다가 난 요즘 별일 아닌데도 장난 아니게 짜증을 부린다. 엄마랑 있을때면 어리광이 너무 심한(내 기준에서만) 민 때문에, 가사노동을 피하려는 잔머리가 잘 안 먹혀서, 아무도 전기며 물을 안 아낀다며, 가족들이 텔레비전만 본다며 등등. 혼자 스트레스 받으면 그만인데 만만한게 옥찌들이라고 괜한 것 가지고 혼내고 소리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이모 상태가 이런데 옥찌가 날 좋아할리가 없다.
옥찌가 날 조금쯤 좋아한다는 확신만 있어도 개선의 정을 보였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옥찌는 완고한데다 놀리기 대장이라 조금만 속상한티를 내면 이모를 아주 가지고 논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도 서로 맘 상할때까지 밀어 붙일 때가 종종 있어 왔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옥찌가 응아한 후에 날 불렀다. 난 밥 먹은지 얼마 안 돼서 닦아주기 싫었다. 평소엔 자기가 알아서 잘 닦으면서 부러 나를 약올릴려고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떠밀리듯이 옥찌에게 갔다. 서로 좋아죽겠는 막내 이모 보고 닦아달라고 하지 왜 나냐니까, 옥찌는 빙그레 웃으며 다리 아프니까 어서 닦으라고 재촉만 했다. 난 서로 좋은 것만 보고 더러운건 안 보여주고 안 볼려고 하는게 무슨 사랑이냔 말을 7살짜리 꼬마에게 했다. 그것도 응아를 닦아주면서. 옥찌는 이모의 궁시렁을 듣더니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안다. 공감해주고, 이해하기. 맘을 헤아리며 용서해달라고 빌기. 그런데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옥찌에게 너한테 그러면 좋아?, 내가 민만 예뻐하고 널 서운하게 하면 좋냐고 물으며 몰아세웠다.
내가 해야할 역지사지는 '내가 7살이라면', '내가 옥찌라면'이었다. 하지만 '옥찌 네가 이모라면' 괜찮겠냐고 묻고 있었다. 가만히 내 얘기를 듣던 지희가 훌쩍이면서 말했다.
" 난 큰 이모도 좋아하는데."
껴안아주려고 옥찌 손을 잡았다. 옥찌는 내 무릎에 잠깐 앉아 있다가 금세 울음을 그치고 포도를 먹는다며 나갔다.
엉망이다, 아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