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카메라 앞에서 사람을 치는 전경. 그는 이미 시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한명의 충직한 하인일 뿐이다. 제목은 뉴스에서 브리핑을 하는 고위 경찰 관계자에게 가한 전경을 문책한다는 내용을 접한 아빠가 단박에 내뱉은 말씀이다. 물론 지들 앞에는 빠르고 강력한 욕이 배치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이메일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들춰본다는데 블로그야 오죽하겠냐싶어 따로 욕은 적지 않는다. 물론 국민들이 알고 싶을 정도로 아치가 유명한건 아니라 배포 문제로 비화되겠지만.

 아빤 이명박 얘기를 하면서 불우했던 환경과 자수성가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그만큼 서민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겠냐는 말을 하신적이 있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고 크게 나빠질건 없다고 생각하셨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나이 드신 분들,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까지 모두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게까지 할줄 몰랐다는거다. 정치적 무관심과 공부하지 않는 자신을 탓하기 보다는 아주 뜬금없이 이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격분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냉소적으로 관망하고 싶지는 않다. 대체 우리는 왜 이명박을 찍었을까. 

 우리 안의 리틀 이명박론을 얘기한 김현진의 말처럼 사실 알게 모르게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명박의 성공 신화는 나 자신의 속물적인 취향을 건드린 지점이 분명히 있었다. 조갑제보다 강준만이 더 나쁠 수 있다는 주장을 한 김규항의 말처럼 알량한 계급적 지표의 우위에 자족했는지도 모른다. 어려운 사람들은 나와 별개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고, 난 그렇게까지 죽을 정도는 아니란, 나도 마찬가지로 '곧 성공'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희망을 유예시키면 드러나는건 바닥인데도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세부적인 목록만 허무맹랑하게 갈아치웠다. 

 조금만 제대로 봤어도 쭉정이는 골라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뭘 강하게 원하고 있는지, 이 사람의 과거가 아니라 지금 이 사람을 구성하는 것에 좀 더 눈을 붙여두었을지도. 혹은 꾸준히 민주주의와 역사를 공부해왔다면 우린 좀 더 달라졌을까. 이제서라도 광장으로 나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응원해주고 싶다가도 여전히 이슈에만 목메는 것 같아 망설여지기도 한다.  

 당분간 극장에 가지 않을거다. 가더라도 영화가 막 시작할 때 들어갈 생각이다. 4대강 정비 사업 홍보물을 내 돈 주고 봐야한다는 것까지는 정녕 아이러니다. 부족한 세수는 만만한 사람들로부터 보충하고 국민건강보다는 돈벌이를 위해 담뱃값을 인상하고, 역시 마찬가지의 국민건강, 의료산업을 위해 시시각각 의료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부. 너네 어떻게 할래, 나중에 어떻게 다 책임지려고. 자꾸 무슨 왕처럼 과문한 신하들이 자신의 맘을 못알아준다고 투정부리는 것도 아니고. 

 울일도 싸울 일도, 화내고 미치도록 짜증날 일도 많아질 것이다. 그럴때일수록 맘을 단단히 먹어야한다. 우리, 쉬운거였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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