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나는 어떻게 성욕을 푸냐고 했을 때 아마 난 다른 대답을 들려줄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 실타래도 아닌데 풀긴 뭘 풀어. 

- 그게 풀리는거가니? 

 혹은 남자와 여자가 섹스를 할 때의 접근방식과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 말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요새는 먹고 살기 힘들어서 원초적인 욕구에 대해 무례하게 내치는 중이란 얘기를 했을지도. 친절한 성격은 아니지만 굳이 까칠할 필요도 없었고, 性과 관련된 주제는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날 즐겁게하는 이야기 중의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난 대뜸 소리치듯이 그에게 말하고 말았다. 

그걸 왜 풀려고 해. 그냥 놔두면 되잖아. 

 그의 질문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더 이상 이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표현한건 아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같은 주제의 말을 다시는 꺼내지 말길 바라는 어투와 표정, 말의 고저였다. 왜 그랬을까. 

 이젠 나이 들어서 한창 때처럼 야한 이야기, 야한 농담, 야한 분위기, 야한 것들의 총집합에 관심이 없어진걸까. 아니면 질문한 사람도 눈치채지 못한 질문의 저의를 미리 간파한걸까. 그것도 아니면 대체 왜? 

 질문의 밀도가 너무 성겨서? 

 그러니까 너무 뻔했다. 난 우리 나이가 몇개인데 고작 그런 질문을 하냐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질문자로서 나도 형편없는 범주에 속하는 주제에 실망 운운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정말 그랬다.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들을 굳이 질문해서, 말은 대부분 습관적으로 단어를 조합하는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는 것을 간과한채 끊임없이 질문해서 짜증이 났던 걸까? 그의 무엇이 나를 감당할 수 없는 표정으로 몰아갔을까. 

 아마도 역시 욕망의 문제겠지. 

 박쥐에서 김옥빈과 송강호의 욕망이 집요하면서도 전혀 추하지 않았던건 애처롭게도 그들 각자의 욕망이 서로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다. 한쪽에서만 발화되는 욕망은 다른 쪽의 사람을 쉬이 지치게 한다. 내가 갈급하지 않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싶을 정도로 달아오르지 않았던거다. 내 본위의 생각일지도 모르고, 순진한 낯을 간과한 발언일지 모르겠으나 글쎄, 정말, 우리 나이가 몇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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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9-05-12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역시, 첫 번째 대답이 좋긴 하군요.^^

뜬금없지만, 아치님의 이미지 밑 글 말입니다. 문득 궁금했어요.
인간이라면 모두가 자유로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