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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안녕 ㅣ 하야시 아키코 시리즈
하야시 아키코 글ㆍ그림 / 한림출판사 / 2001년 4월
평점 :
아이들 동화책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좋아하면서 보면 좋겠다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면에서 지희에게 처음으로 사준 이 동화책은 나중에 사준 어떤 동화책보다 예쁘고 맘에 든다. 특히 군더더기없는 그림과 몇글자 안 되는 내용 속에서 나름대로 내용이 완성되어가는 모양은 이미 여러번 동화책을 봐서 어떤 내용인지 훤히 아는데도 자꾸 다음장을 넘기게 만든다.
지희가 아이였을 때 가만히 누워 꼬물거리며 몸을 움직이면 나는 그 옆에 가만히 누워 이 책을 읽어주곤 했다. 멀뚱거리며 책을 보던 아이가 달님이 나타나 '안녕'이라고 말하자 알아듣기라도 한듯이 방싯방싯 웃는다. 그럴때면 이건 책이 아니라 아파트 숲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달님이 정말, 아이에게 살짝 귓속말을 속삭이는 것 같기도 했다.
달님의 자리에 아이 이름을 넣어서 부르거나, 자신 혹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좋다.
지희 안녕,
이모 안녕,
누구누구 안녕,
안녕이란 말은 Hi보다 울림이 크다. 안녕이란 말을 해줄 때면 이 울림이 목언저리를 간지럽힌다. 간지러워 웃다가보면 정말, 내가 인사를 건넨 누군가가 반가워지고만다. 안녕은 만날 때, 헤어질 때, 어색할 때, 무진장 반가울 때도 쓰이며 가만히 나에게 속삭이는 달님을 끌어안고 싶을 때도 해줄 수 있는 말이다. 그래서 어린 지희가 자기 전에 꼭 읽어주곤 했다. 달님을 끌어안듯이 작은 너를 이렇게 꼭 껴안아주고싶어. 안녕, 지희야.
한글을 익히는 나이가 되면서 나랑 지희는 내가 한권, 지희가 한권씩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고르는건 전적으로 지희 몫이었다. 그럴때면 자기 책은 주로 글자가 없는 아주 꼬맹이였을때 읽었던 것을 집어오고, 내가 읽을건 글자가 그야말로 바글거리는 책을 가져오는 아이. 이 책은 지희가 자신이 읽을 것으로 많이 가져온 책이기도 하고, 내가 그거 읽으면 구름 아저씨 목소리 정말 잘 낼 수 있다며 지희에게 나도 한번 읽자며 많이 조른 책이기도 하다.
안녕, 자기 전에 인사해요.
달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