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곳이 마땅치않아  가방 속에서 잠자고 있던 사과랑 배를 주섬주섬 꺼냈다. 지하철역 안의 미세먼지가 떠올랐지만, 먹고 죽음 때깔도 좋단 얘기로 패쓰했다. 유리할대로 환경을 갖다 붙이긴! 옆에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있길래 같이 먹자고 했더니, 

 대뜸 다이어트 하냐고 묻는다. 글쎄요, 워낙 자신있는 몸이라 다이어트는 생각해본적이 없다고 뻥을 치려다 그냥 웃고 말았다. 먹고 죽을 것도 없어서 다이어트 못해요. 생활고로 자진 다이어트가 된다는 말도 쑥 삼켜버렸다. 그냥 사과를 먹는 것 뿐이라고. 

 원래는 이렇게 할머니들처럼(난 할머니 정서가 좋다.) 뭔가를 싸가지고 다니거나 주섬주섬 꺼내는 사람들을 보면 젊은 처자들은 웃고, 젊은 남정네들은 비웃고, 좀 더 세련된 누군가는 기겁을 하고, 아저씨들은 기특해하고, 우리 아빠는 창피해하는데 이 친구는 반가워하면서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사과를 먹는다. 그리곤 열차가 오자 잘 먹었다며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가는데 

 저만치 가는 그 아이 뒤통수가 참 야무져보였다.  

 주는건 별거 아닌데 받는건 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아인, 쿨하게까지는 아니어도 멋지게 잘 소화해냈다. 십점 만점에 헤픈 웃음 두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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