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하나 낼게요.
전국에 934개가 있습니다. 혹시 뭔줄 아시겠어요?
바로 시,군을 가리지 않고 난립해있는 축제의 수입니다. 10월 17일, 참여자치시민연대 주최로 군산축제발전토론회에 참석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난 그렇게 많은 축제가 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다. 물론 이런 축제가 각자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시민들의 즐거움을 준다면야 문제될건 없다. 하지만 앞서서도 말했듯이 거의 난립 수준에 지자체의 장이 바뀔 때마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탓에 축제 본래의 기능은커녕 예산 낭비와 시민소외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세분의 교수님이 발제를 했다. 군산 축제인 진포 문화제, 자동차 부품 엑스포, 오성문화제, 세계철새관광축제, 군산벚꽃축제, 쭈꾸미축제, 새만금해맞이축제의 문제점과 성과에 대한 내용과 축제의 의미와 문광부의 정책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른 시.도의 축제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훌륭한 선례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변별성이 없는데다 단순하게 이벤트로 그치기 때문에 관광효과도 시민들이 어울려서 즐길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은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관주도형 축제 만들기, 지역인사나 시장 군수의 생색내기로 인한 철학과 스토리의 부재로 집약된다. 다른 시.도의 평창효석문화제나 진주위등축제, 춘천마임축제를 소개하며 그 축제들이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법과 다른 사람들이 다시금 찾을 수 있게 하는 동력의 내용을 소개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론쪽에 가까운 발제이다보니 지루한감이 있었고, 군산축제발전토론회인지 한국의 축제 난립의 문제와 대안제시인지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물론 개론은 필요하고, 축제란 사안을 큰 틀에서 볼 수 있게 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어떻게 군산의 축제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좀 부족한 면이 있었다.
발제가 끝난 후 잠시 쉬는 시간이 주어진 뒤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다른 분들 발제도 인상 깊었지만 정말 그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해야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분으로 청소년문화의집 관장인 정건희씨를 꼽고 싶다. 정건희씨는 축제의 중요한 의제를 가치와 참여, 평가라고 설정한 후 지역, 관광의 문제로 축제를 한정시켜서 지역민은 객체로 보고선 외부인사의 수로만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현 축제평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민간축제는 언급을 안 하는데다 시민참여가 아닌 단순히 먹고 마시기만 하는 동원이 되어선 안 된다는 부분도 있었다. 물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만한 조직 구조가 매우 취약한건 사실이지만 연예인 불러놓고 몇만명 동원하는게 축제는 아니다란 너무 뻔한데도 사람들이 간과했던 부분을 적확하게 짚어냈다. 군산시의원인 강성옥씨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춘천의 마임축제는 축제의 내용이 난장과 먹거리에 가려지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축제의 내용에 참여와 학습, 컨텐츠가 확보되야할 것을 당부했다.
전주삼천문화의집 관장인 이준호씨의 경우 전주 사례를 말하며 6개동에서 주민참여로 축제가 진행됐고, 군산시에선 인력풀을 관리함으로써 충분히 시민의 힘으로 축제를 치러낼 수 있는 가능성을 얘기했다. 토론자의 발언이 끝난 후 호원대 관광학부 교수인 심인보씨는 세계철새축제가 교육적 목적이란 이유로 전망탑을 110억에 지어놓고선 전혀 효과를 못보는 문제를 제기하며 군산의 자연적 환경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홍보해야할 필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전군도로의 벚꽃축제의 경우에도 신작로 1호라는 특수성이 사라진 후에 지속되는건 문제가 있고, 지금으로선 교통량으로 봐서도 의미가 없다는 말로 지금과는 다르게 군산축제에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그 밖에도 각자의 입장에 충실한 고민과 군산이란 의제를 바탕으로한 얘기들이 오갔다. 성실한 기록자는 못되는 편이라 이쯤에서 그날의 분위기 스케치를 마친다. 사실 나는 축제토론회에 참여하기 전에는 축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다만 몇 번 축제에 참여하면서 불편한 느낌이 들곤했다. 그건 축제로서 즐겁다기 보다는 생색내기 혹은 전시용 축제란 느낌 때문이었다. 진정으로 축제다운, 모두가 즐겁고 축제 기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축제는 정말 요원한걸까?
고은과 채만식의 생가가 있는 군산, 고군산 군도가 있고, 내항의 야경이 아름다운 군산, 월명산의 산책로와 늪지, 은파의 고요한 호수와 연꽃, 히로쓰 가옥 등 찾아보면 군산의 매력은 많다. 그게 꼭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유입시켜서 경제부양을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군산 시민들이 축제를 기다리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축제기간에는 2-3일 직장인은 휴무를 갖고 학생은 등교를 안 하는 방법은 어떨까. 굳이 군산에 대해서 알음알음 한 전문가가 아니라 군산에서 터를 닦고 살며 군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시민들이 주축이 된 축제발전위원회를 운영해보면 어떨까. 매번 무슨 행사에서 느낀 것이지만 꼭 외부의 시선으로 지역문제를 바라보려는 시각이 있다. 물론 필요한 일이고, 사안에 따라선 시사하는바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틀 안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되는 것이지 시작에서부터 외부 시선을 상정하는건 문제적이란 생각이다. 왜 무슨 기획특집때처럼 전혀 한국에 관심없는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 느낌이다. 영화동쪽의 히로쓰 가옥지구를 바탕으로 일제시대를 재현해보거나, 지금은 폐쇄된 군산역 철도길을 축제구간으로 삼거나 축제기간에는 군산통화를 상품권처럼 구입해서 거래해보는건 어떨까. 지역화폐는 화천산천어 축제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군산축제토론회에 대한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그 친구가 아주 멋진 제안을 했다. 자신이 촛불집회를 할 때 차를 막아놓고 대로를 걸어보니까 단순하게 어디에서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존재하는 길이 아닌,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걸어다녔겠구나, 이 정도의 거리면 어떤식으로 물자가 교환이 됐겠구나란 지도가 그려졌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가 아니라 어느 날을 정해서 도로 위에 모두가 몰려나와 각자가 말하고 싶은걸 발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 피켓을 들어도 되고, 구호를 외쳐도 되고, 희안한 복장이나 공연을 해도 되는 날. 누군가를 초빙하거나 누군가의 조언이 아니라 관과 축제관련위원회은 아웃라인만 잡아주고 한번 신나게 놀아보는 축제 말이다.
그런 축제라면
리오카니발을 위해 일년의 반을 준비하는 브라질 사람들처럼, 마쯔이의 인력거를 끌어보는게 영광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나도 나의 일상을 쨍하게 비춰줄 축제만을 기다리게될텐데. 그렇다면 단순히 경제적인 효과나 관광효과 등등의 효과로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축제가 아니라 행복 에너지가 쑥쑥 올라갈 수 있는 축제로 자리매김할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