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랑 밥을 먹고 있는데

 아빠 딸이라고 나름 생선 발라먹는데 이력이 난 내가 다 먹고 생선 가시를 한쪽에 놨는데 아빠가 제일 맛있는데를 안 먹는다고 퉁을 놓으셨다.

-제일 맛있는데?

-배때기살이 제일 맛있어. 그래서 섬처녀가 육지로 시집을 안 가잖아.

-배때기살 못먹을까봐?

-그렇지.

-뭐 육지에선 생선 목먹가니?

-먹어도 어른들 다 먹으니까 자기한테 돌아올게 없는거지.

-그럼 섬엔 어른들 없가니?

-섬엔 어른들 드시고 나서도 먹을 정도로 생선이 많으니까.

 내 생각이 더딘건지 아빠의 순간 재치가 빠르신건지.

 요즘의 울 아버진 가부장의 무게를 많이 내려놓으신 것만 같다. 예전처럼 민이랑 아웅다웅 하지도 않으시고, 그렇게 화를 많이 내지도 않으신다. 오늘은 술 한잔 하시면서 기분이 좋아서 술이 참 달다는 아주 취하셨을 때 아니면 하시지 않을 말을 꺼내놓으셨다. 뭔데 뭔데. 채근하는 나를 보며 슬쩍 웃으시며 몸이 많이 안 좋아 걱정했는데 건강검진 받아 보고 내 폐가 다른 사람보다 커서 담배를 좀 더 펴도 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건강 걱정 하시지 말고, 술 담배 줄이는건 어떠쇼라고 날림 대꾸를 하고 말았다.

 밥을 먹을때면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옥찌를 거의 무릎에 앉히다시피해서 옥찌의 어린양을 민이보다 더하게 만드는 울 아빠, 이제 좀 아빠 대하기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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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07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밀한 부녀간이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