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에센스] 서평단 알림
경제학 에센스
한진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재테크 열풍과 별개로 사람들은 경제에 관심이 많다. 경제야말로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소비생활이나 생활수준을 명확한 지표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를 다루는 경제학에도 관심을 갖을 수 있지만 왠지 도표가 나오고 어려운 경제학 용어로 기를 죽이는 학문이란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경제학 등의 책으로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책 '경제학 에센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저건 왜 이럴까 궁금했던 점들을 단서로 경제학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을 제공해준다. 이런 책의 강점은 어려울거란 부담을 경감시키면서 세상을 경제적인 시선으로 본다거나 경제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고틀을 제공할 수 있다는데 있다.

 이 책은 기회, 매몰 비용의 문제나 비교우위, 거래의 원리, 공공재에 대한 경제학의 원리에 대해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설명을 해준다. 특히 부제목을 잘 정했다. 왜 구내식당의 밥값은 교직원과 학생이 차이가 나는 걸까? (왜 학생들보다 비싸게 자장면을 먹어야 하나) 좋은 중고차는 꿈도 꾸지마, 경제학이 궁금해하는 것들 등 한번쯤 읽어서 나쁠 것 없고 유용한 내용이 들어있을 것만 같은 기대를 갖게 한다. 교과서처럼 쉽게 설명하지만 저변은 좀 더 넓은 부분도 맘에 든다. 또한 애인과 결별 여부를 선택해야하는 경우에는 과거란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고려의 측면에 넣어선 안 된다는건 지극히 경제학적인 측면이었지만 흥미로웠다.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쳤던 사례들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쉽게 적용이 가능한 점도 이 책의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너무 많은걸 다루다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 책의 경우가 딱 그렇다. 내용을 보완하려고 에세이 형식을 빌려왔는데 예시 뿐 아니라 사적인 얘기까지 드러난다. 나는 경제학에 대한 내용을 알고 싶은거지, 이 책을 쓴 저자의 사적인 경제 생활이나 어떤 가족관계를 갖고 있는지는 관심이 없다. 물론 이 역시 저자가 쉽게 풀어쓰다보니 예화를 든거지만 예시는 지루했고, '선량한 경제학 교수'의 이미지가 강해 좀 민망하기도 했다.

 게다가 개념이 나오고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굳이 해결책을 찾으려고 얘기를 하다가 그만 모두가 잘하면 되지 않느냐, 정부가 잘 해야한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다. 하나마나한 얘기를 두루뭉실하게 하고선 끝을 맞는 것이다. 비교우위를 설명하면서 자신은 다른 것에 비해 비교적으로 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제학을 가르친다며

 

   
  경제학은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며, 아무도 또는 아무것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마치 잃어버린 양 한 마리도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예수님처럼, 경제학은 우리 모두를 품어주는 따뜻한 사랑의 학문이다. 144p
 
   

로 맺는다. 모든 챕터가 일률적으로 이런건 아니지만 거의 이렇다. 괜히 이분의 이력과 관련해 미국에서 공부해서 청교도주의적인 도덕관념 때문에 이러는건 아닐까란 저열한 생각까지 떠올랐다.

 공공재의 얘기를 하면서는 아프리카 지역의 코끼리 멸종을 막기 위해 사적소유권 개념을 도입했다. 말하자면 코끼리를 사냥하는걸 무조건 단속하는 것보다 사냥권을 줘서 보호 하에 사냥이 가능하도록 한다는데 있다. 이를 통해 그 전보다 효과적으로 코끼리의 개체수를 늘려갔다는 얘기이다. 이 얘기를 하면서 공공의 소유는 국가를 통해 독과점 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란 논의를 진행시킨다. 여기까지는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일정 부분 공감할 수 있다. 사람들은 특히 난  이 책을 통해 경제학의 기본적인 내용만 습득하고 말면 된다고 생각하진 않을거라고 본다. 그래서 문제의식 다음의 명백한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이 고민하는 부분이 진행될 수 있는 화두가 좀 더 던져지길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고민의 일정량은 미리 해소시켜주고 친절하게도 '이건 정부가 효율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이민가는 사람도,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없게 해야한다.'로 끝내버린다. 좋은게 좋은거다란 식이다.

 더군다나 저자의 어떤 관점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 가격은 무죄란 주장을 하면서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거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주장도 가격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말이다.<중략>가격은 경제의 현실을 반영할 뿐, 한 개인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지 않는다(제6장의 마지막, 한번 더 생각해보기)란 말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자유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있나 싶으면 그건 또 아니다. 알쏭달쏭 경제학처럼 저자의 관점도 알듯말듯하게 만든건 비유의 표현인지, 관점이란게 없는건지, 관점이 다른 독자의 반감을 줄이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쉽게 풀어쓴 경제학 얘기에 과도한 기대치를 갖고 본건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그건 이 책의 소임도 아니고, 저자가 의도했던 것도 아닌데 분석틀이 달라지다보니 혹평이 된 것 같다. 서평단으로서 처음으로 쓰는 서평인데 이런 식이라 다음부터는 서평단 신청하기도 낯부끄러울 따름이다. 칭찬 일색의 주례사 서평을 지향점으로 삼은건 아니지만 야심차게 책을 기획해서 출판하며 그들 나름의 노고에 빚-무료책이란 얄팍한 빚이겠지만 그것 말고도 중소 출판사의 어려움은 알고 있다.-을 져놓고 말이다. 

 이 책을 구입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나의 의견과는 별개로 평소에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의 경제학적 의미가 궁금하고 다른건 엄두도 안 나 기초적인 경제학 개념을 확실하게 해두고 싶다면 유용한 지침서가 될 것이란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8-19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