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낮잠을 안 자는 지희는 책을 두권쯤 읽고나면 금세 잠이 든다.

 문제는 민이. 낮잠을 잔데다 워낙에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이라

책을 읽고, 얘기를 하고, 간지럼도 태우고, 협박도 해보지만 민이는 한참 뒤척이고 끙끙댄 후에 간신히 잠을 자곤했다.

그래서 어제는 일찍 재울려고 미끼를 던졌다.

 책을 읽다 지희를 먼저 재우고 민이를 품에 안았다. 민이는 호랑이 얘기며 귀신 얘기를 횡설수설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살짝 민이에게 귓속말로 얘길해줬다.

-민아, 우리 민이 오늘 일찍 자잖아. 그럼 이모가 내일 아침에 사과 줄게.

-사과? 사과 나 좋아하는데.

-응, 우리 민이 사과 좋아하지? 그럼 일찍 자야해. 그래야 사과 먹지.

 한참 떠들던 요 녀석이 사과란 소리에 금세 조용해지더니 급기야는 코를 고는 시늉을 하는게 웃겨서,

-민아, 자니?

-응. 민이 자.

-이상하네. 자는데 말을 하네. 안 자는거 같은데. 어디, 다시 한번 물어볼까? 민아, 자니?

-응(약간 목소리가 작아졌다)

-아, 이상하네. 자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지?

 민이 하는짓이 귀여워서 소리죽여 킥킥대다 다시 한번 물었다.

-우리, 민이 자나?

그랬더니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지민인 차마 대답은 못하고 고개를 세차게 위 아래로 흔들었다.

 지희가 지민이보다 조금 어렸을 때 잠투정하느라 짜증을 부리면 귓속말을 해주곤했다. 그럼 지희는 금세 눈물을 그치고 새근새근 자곤 했는데 지민인 이 귓속말이 간지러운지 막 날 간지럼 태우고, 더 신나서 까불고. 장난인거다. 아주.

 고개를 흔들다 사과 약속도 까먹고 다시 쌩쌩해져서 어제의 계획은 도루묵.

 누군가 자신의 엄마가 들려주곤 했다던 자장가를 나몰라라 하는 민이에게 불러주다 어젠 내가 먼저 자버렸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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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5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시니에님이 엄마노릇 다 하는거에요?
엄마연습이구낭~~~~나도 좀 했었죠, 언니네 아이들 이뻐하면서! ^^

Arch 2008-07-15 10:06   좋아요 0 | URL
애기들 엄마랑 번갈아가면서 하는거에요^^ 엄마 연습이라면 예정 필드가 있어야는데 아직은 계획 없고 그런데~ 순오기님은 완전 실시간 댓글. 방문자 4만명 돌파 축하드려요. (웬 뒷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