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뒤집어지게 웃긴다는 책 중에 정말 웃긴게 드문건 잡지의 속성상 감탄과 찬사는 기본 베이스로 깔고, 소량의 개인적인 의견만 첨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마 혹시 재미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책을 집어들게 됐는데 이번 경우는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다. 이 소설, 몇장 안 읽었는데 사정없이 빠져들게 한다. 시나리오로 작가로 헐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남편에게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던 아내가 집을 샀단 통보를 해온다. 의견을 묻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통보. 이제부터 이탈리아 사람들과 스트레스형 미국인이 집을 고치는 문제로 투닥거리를 시작한다. 맛깔나는 문체도 문체지만, 문화적인 차이, 요소요소 녹아나는 웃긴 상황들은 이 책에 홀딱 빠져들게 한다. 타네씨, 농담하지 마세요와 같이 읽으면 더 재미있을 듯. 그나저나 집 고치는 일로도 한권의 책을 낼 수 있는 발상이 놀랍다.

 정희진 선생님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서' 챕터를 읽는 중. 단순하게 사실이나 불편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논의와 사유할 수 있는 점들을 배우고 있다. 특히나 여성을 공간으로 두는 기존의 이분법적인 분류로는 성폭력 문제는 해결 안 된다는 부분,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게 피해자 중심주의 맥락에서는 주장하기 어려운 점은 나에게 시사하는바가 컸다. 그나저나 무슨 책을 읽어도 내 생각 이전에 책을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책을 읽고선 다분히 감정적으로 좋다가 아니라, 의식과 행동의 확장, 삶의 연장선상에서 더 고민해야할 것 같다. 그 시작으로 내 삶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여성주의 관련 책으로 의식 지도를 그릴 것이다.

 

 

  북새통이란 책자가 있다. 영풍문고나 한길문고에서 배포하는 책소개 책자인데 꼭지나 내용이 탄탄하고, 편집진들의 색깔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중이다. 북새통에서 소개된 이 책은 미학 오딧세이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에셔와 괴델, 바흐를 연관한 '이상한 고리'를 설명하고 있다. 읽은건 몇쪽 안 되지만, 의외로 쉬운 문체와 흥미진진한 얘기에 야금야금 아껴가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아껴 읽는 타령하기엔 분량이 길지만.

 

 

 

 과학은 잘 모르겠지만, 건축엔 평소에 관심이 있었는데 쉽고 재미있게 과학적인 건축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빌딩숲에 바람이 많은 이유와 전에 가본 소쇄원의 바람 구멍이 연결되면서 다양한 상상력이 생길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일상 속 건축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구해줘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은 몇장 읽지도 않았는데 좀 뻔한 느낌이 든다. 몇년 사이에 책 읽는 취향이 급격하게 바뀐건 아닐테고. 구해줘와 너무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인 것 같다. 옆 짝지는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던데. 한번 잡은 책을 끝까지 안 보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든 다 읽어내려고하니.

 

 

 오즈마님의 페이퍼에서 살짝 눈짓을 준 책. 금세 읽었지만  아마도 여운은 오래갈 것 같다. 독자들 우울하지 말라고 따스한 결론까지 내려주는건 덤.

 

 

 습지생태보고서만큼이나 최고로 좋은 책. 잘할 수 있는게 이런 것 밖에 없다고 말하셨지만, 최규석만큼 사람들이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적절한 수준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거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할 얘기들이 더 궁금해진다. 웬디양님처럼 몇십권을 사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한밤중에 이 책 진짜다란 문자 받을 확률 99% 이상. 1%는 문자 보내기 싫어하거나 아껴뒀다 읽는 축들.

 

 얼마 전에 책장 찍은 사진을 친구랑 교환한적이 있는데 그 녀석이 한마디 했다.

-이거 중구난방이구만.

 그렇다. 누군가 말해주거나 제목이 좀 야시시한 것(이건 또 뭐) 혹은 서평을 읽고 정말이지 중구난방으로 책을 읽어왔다. 왜 리뷰가 안 써지나 생각해봤는데 충분히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보다는 어떤 느낌이었는지가 다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앞으론 책읽기에 '체계'란 날개를 달아서 부지런히 파봐야겠다. 아마 그 친구는 중구난방 뱉은 덕에 내 꾀임에 넘어가 책지도 그리기와 지름의 조력자로 자리매김할듯 하다. 참 괜찮은 친구와 책을 읽는다. 요샌 참 행복한 자극 덕분에 기분이 늘 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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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0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 빨개지는 아이~ㅎㅎㅎ 귀여워용!
최규석 '습지생태보고서' 오늘 도착했어요.ㅎㅎㅎ

Arch 2008-07-04 22:1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최규석씨를 접수했다는건 제가 익히 들어서 압니다.^^

순오기 2008-07-05 07:06   좋아요 0 | URL
저를 비롯한 우리 가족에게 '최규석' 접수당했어요.ㅋㅋㅋ

Arch 2008-07-06 01:05   좋아요 0 | URL
최규석씨 접수 당한 사실을 좋아해야할텐데.^^ 저, 농담한거라구요. 농담인데 땀이 삐질. 저도 최규석교 전파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