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별다른 일 없으면 '내 이름은 김삼순'을 재방송으로 보고 있다. 삼순인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꿋꿋하게 주제 파악 잘하며 자기 일도, 사랑도 열심이다. 오늘 방송에선 삼순이가 삼식이를 처음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나왔다.
삼식이로 분한 현빈이 뽀뽀를 하려는 모양새로 몸을 삼순이에게 기대자 그녀는 눈을 감는다. 삼식인 흥미 잃은 표정으로 떡줄 사람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고 퉁을 놓는다. 삼순이, 어이상실로 화르르 화를 내지만 이미 맘은 이성으로 통제가 안 되는 상황.
밤새 잠을 설치고 많이 굶어서 이러는거라며 머릴 쥐어박고 자기 할말만 하고 가는 현빈에게 '쟤는 왜 지 말만 하고가'라고 태연하게 중얼거리다 그럼 무슨 말을 더해 하며 한번 더 자신의 주책맞은 머리를 쥐어박는다.
삼순인 서서히 자신의 사랑을 알아가고 용기있게 그에게 고백하고 여차여차해서 둘은 잘 지낸다더란 해피엔딩은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면 아련하게 기억할테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
평탄하다면 좋으련만 평탄하지 않은 인생은 사랑도 지랄맞게 찾아온다. 당연하게도 우선은 자신을 설득시켜서 이건 유사 사랑이지 사랑이 아니라고. 외로워서 발악을 하는거라고 많이 굶은거라고 추스렸다가 포기했다가 우왕좌왕했다가 주저앉았다 화병으로 쓰러질 즈음 용기내서 고백이란걸 하겠지. 물론 예상대로 전혀 뜻밖이란 상대방의 반응이 있을테고.
그럼 그냥 친구로 남을걸 왠 주책이냐 에이 그래도 후회는 없다 근데 이게 정말 좋아하는거 사랑하는거 맞아란 고백하기 전보다 훨씬 찐득거리는 질문이 따라오고.
어려서 짝사랑을 할땐 정말 행복했다. 피부 재생력이 뛰어난 나이답게 상처도 금방 나았고 사랑할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다. 누군가가 경계한 말대로 난 사랑중독자였는지도.
지금은 나이 많이 먹었으니까 섣불리 누굴 좋아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왔다. 누군가의 호의가 오래 묵어서 정이 되긴 했어도 한눈에 뻑간다거나 은근하게 좋아진 적은 없었다. 그래서 유사 사랑에 그토록 시달렸으면서도 정말 신중하게 내 맘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요즈음 내 맘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너를 향해 내 맘이 흔들리는 순간
사랑이 시작되길...
이외수의 이 몇마디 말에 맘이 울려 움찍대고 있다. 생각난다. 보고싶다. 자신이 없다. 생각난다. 보고싶다. 자신이 없다. 왜 이러는거야. 왜 이러는지 좀 견디다 보면 좀 숨을 고르다보면 답이 나오겠지.
----------------------------------------------------------------------------------------------------------------
그때 잘 모르겠던 그분께 고백했다가 민망 바가지만 받아왔어요. 이거 쉽게 바뀌는게 아닌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