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희랑 지민이 아토피에 발라주신다며 화분에 기르던 알로에를 잘랐다. 저번에도 알로에를 바르긴 했는데 그땐 직접 자르는걸 못봤나보다. 옥찌가 흥분을 하며 할머니 바지를 잡고 끌며 따지기 시작했다.

-할머니, 알로에도 아프거든. 알로에 이렇게 자르면 안 되잖아.

-(영문을 모릇던 엄마는) 얘가 왜 그런다냐. 저기 가봐. 어이, 워.

 이러시면서 모르쇠로 일관하셨다. 옥찌들 방에서 뒹글대던 난 무슨 일인가하고 나가봤는데 거실에선 한창 알로에가 불쌍하단 옥찌와 엄마의 언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민인 둘의 주변을 맴돌며 언제 저 알로에를 먹을 수 있을지만 궁리하고 있었다. 그렇다. 지민은 먹보씨였다.

-할머니. 알로에를 자르면 아파.(옥찌는 어떤 주장을 할때면 왼손을 받쳐서 오른쪽으로 치며 말한다.) 개미도 아프고, 나무도 아파. 알로에도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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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봄날, 지희랑 지민이랑 아파트 앞에서 놀고 있는데 지민이가 발을 콩콩 굴리기 시작했다.

-지민, 뭐하는거야.

-개미, 개미

 가만 보니까 개미를 발로 밟아 죽이는거였다.

-민. 이모가 민이를 발로 꽝하면 아프지.

-응

-개미도 마찬가지야. 개미 아파서 엄마, 아빠 못보면 어떡해.(이건 아빠 엄마 가정만을 염두해둔 것 같아서 말을 다시 바꿨다.) 개미가 친구들 보러 못가면 어떡해. 지민이도 그럼 속상하겠다. 그치?

 꽃을 잡아떼는 지희에게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지희야. 꽃도 아픈줄 다 알아. 꽃이 너무 갖고 싶으면 떨어진 꽃송이를 모아보게.

 단순한 취지로 한 말이었는데. 이게 알로에 아파까지 연결되니 꽤 복잡해졌다.

-지희야, 이모가 할말 있는데

-이모, 잠깐 할머니랑 얘기 좀 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엄마를 모른척하고, 옥찌를 간지럼 태워서 방으로 데리고 왔다.

- 지희야, 지희 말처럼 알로에도 아플거야.

-그러니까. 그런데 할머니가 칼로 알로에 잘랐어.

-응. 그런데 말야. 지희가 좋아하는 고기인 소랑 돼지도 다 아야해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거야. 지희가 좋아하는 감자랑, 사과도. 이거 안 먹으면 배고파서 지희랑 이모는 꼴까닥 할지도 몰라. 나무처럼 물하고 공기, 햇빛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알로에는 안 먹는거잖아. 알로에도 아파.

-응, 그러니까.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한 정말 조금씩만 먹고, 필요한만큼만 쓰자고 하는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이모가 옥찌한테 음식 남기지 말자고 하잖아. 꼭 먹을만큼만 요리하고. 물도 아껴쓰고, 지희가 갖고있는 물건 아껴쓰자고. 하나도 안 쓸 수는 없으니까 나무랑 식물들이 아프겠지만, 조금만 아프게 하는거야.

 지희는 수긍을 했는지 말하기 귀찮았는지 알았다며 다시 거실로 나갔다. 나는 나대로 그러는 우린 나무나 꽃에게, 물에게 뭘 주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일방적인 관계는 위험한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한건 아닐까? 지희에게 설명한 것들이 좀 비겁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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