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항아리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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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아파트에 사는 요즘 아이들은 항아리가 뭔줄 잘 모른다. 기껏해야 못생긴 그릇 정도로 생각한다. 우리 지희도 그랬다. 그래서 이 책, 숨쉬는 항아리를 보자마자 아이는 항아리가 들려줄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준다. 항아리도 흙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흙을 이겨 옹기를 만들고, 옹기는 가마에 들어가 구워진다. 완성된 항아리는 트럭에 실려 나가는데 그늘에서 잠이 든 작은 항아리는 그만 집에 남게 된다. 잠이 깬 작은 항아리는 집안을 둘러보기로 한다. 예쁜 도자기들은 항아리 보고 못생겼다며 약을 올린다. 항아리는 슬퍼하다가 장독대에서 자신과 닮은 항아리들을 본다.

-너희는 누구니?

-우리는 숨쉬는 항아리야.

-숨쉬는 항아리?

-응, 숨쉬는 항아리.

-그럼 나도 숨을 쉴 수가 있니?

-그럼, 네게도 곧 뭔가가 담겨질거야. 그땐 온몸으로 숨을 쉬는걸 잊지 말아야해.

작은 항아리엔 메주와 소금물, 숯과 고추가 담겨진다. 메주는 항아리가 숨을 쉬지 않으면 맛좋은 된장이 될 수 없을거라고 걱정을 한다. 작은 항아리는 염려 말라며 온몸으로 숨을 쉴 것을 약속한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 메주와 소금물은 맛있는 된장과 간장이 된다. 흙으로 만든 항아리들은 저마다 자기 소릴 내며 자신들이 숨을 쉬어 음식을 더 맛있게 해주는 쓸모있는 물건이란 말을 해준다.

어린이 동화책은 다양한걸 넣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교훈이나 상상력, 재미와 감동 같은 가치 말이다. 하지만 동화책의 몇 페이지 안에 그 욕심을 다 구겨넣으면 산만해지는데다 제대로된 것 하나도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숨쉬는 항아리'는 항아리가 숨을 쉰다는 사실을 재미있게 표현하면서 우리가 가진 것의 소중함도 일깨워준다. 어거지로 구겨넣는 작위가 보이지 않는다. 그건 화자가 항아리이고, 항아리가 자신이 어떤 쓸모가 있을까 고민을 하는 과정을 담아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이 좋았던건 읽을 때 감칠맛이 난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보면 대체 이건 어떻게 번역을 한 건지, 이건 어떻게 읽으라는건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가끔 눈에 띄곤한다. 딱딱 말이 끊기거나 비문도 간혹 보이기까지 하는 동화책은 내용 여하를 떠나서 낭독하며 글을 익히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곤한다. 너무 빳빳한 종이로 동화책을 만들어 아이들의 여린 손을 상처나게 하는 동화책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숨쉬는 항아리는 지문과 대사를 많이 갈고닦은 솜씨가 보인다. 읽다보면 대사나 설명문이 입에 착 달라붙어 대화하듯이 아이와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이도저도 아닌 그저 항아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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