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차를 거의 한시간 가량 타고선 집에 도착하는 옥찌들. 지민이야 어린이집에서 자서 멀쩡하지만 지희는 거의 몽롱한 상태로 차에서 내리기 일쑤였다. . 귀 얇은 이모는 차에서 자꾸 조는게 멀미 때문이란 측근의 말에 아이들의 귀가길을 책임지기로 했다.

 그 첫 날,

 아이들과 다니기엔 마땅한 인도가 없어서 집으로 가는 직선 코스 대신 시장과 학교 운동장을 거치는 길을 가기로 정했다. 오는길에 목도 마를까봐 물통도 준비하고, 간단한 간식거리도 쌌다.

 의기양양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는데 의외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는데 지희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이모, 나 화장실

 이건 생각을 못했다. 공중 화장실은 보이지 않고, 급한대로 노상방뇨를 하려고 아이를 데리고 후미진 곳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모, 그거 말고 큰거.

 -이모가 화장실이 어디있는지 모르니까 저기 파출소에 가서 물어보자.

 아이들 손을 잡고 파출소에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지민인 평소대로 '안냐세요'라며 큰소리로 인사를 했다. 약간 뻘쭘한 채로 이 근처에 화장실이 어디있냐고 묻자, 경찰 아저씨가 마치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흔쾌히 화장실을 쓰라고 하셨다. 지희는 당연하다는듯 화장실에 들어가고, 지민인 가만히 누나를 기다리란 말은 귓등으로 흘리고 경찰 아저씨랑 이런저런 잡담을 시작했다. 난 민망했다. 영업장 화장실이라기 보다는 근무하는 사적인 공간을 쓰는듯 싶어 죄송스럽기도 하고, 괜히 신세지는 것 같고, 또 일상적으로 지은 죄가 많다보니는 구라이고, 그냥 좀 멋쩍었다. 화장실과 지민이 있는 곳을 두리번거리는 수 밖에. 평소에 쾌변을 자랑하는 옥찌가 태평하게 응가 활동을 하고, 지민인 본래의 수줍음을 잊고 마침 파출소 아저씨들이 먹는 수박까지 하나 얻어 먹는 넉살을 보여줬다. 요 두 녀석은 당췌 나갈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지희는 유난히 파출소 화장실이 편했는지

-이모 여긴 도둑들 오는덴데. 여기서 응가하네.

-그러게. 그런데 도둑이 뭔줄은 아셔?

-그럼, 남의 물건 가져가서 잡혀오는 사람이잖아. 나쁜 사람

-그런건 어디서 배웠어.

-내가 다 알아.

 응, 다 아는거 이제 알았으니까 어서 응가를 마쳤으면 좋겠는데  옥찌들의 특징이자 제일 울화통 터지는 내가 강하게 원하는걸 반대로 하길 즐기는 성격상 쉽게 응가활동을 끝낼 것 같지 않았다. 잠깐 밖의 동정을 살폈다. 수박 교류로 한층 쿵짝이 맞아진 지민이와 경찰 아저씨는 의례적으로 나이를 묻는걸 넘어서서 경찰서 기물에 대해 질의응답 시간을 갖았다.

 옥찌의 응가 활동이 끝나 쫓기듯이 옥찌들 손을 잡고 나오는데 뒤에서 경찰 아저씨가 말씀하신다.

- 저기 수박 하나 들어요.

(개미 소리만하게) -아, 네. 급하게 가봐야할데가.(아무데도 없으면서)

 방금 속을 비운 지희는 지민이가 먹는 수박을 탐냈고, 결국 협박과 구걸로 지민이에게 반토막 얻어낸 수박을 지희 속에 쥐어줬다. 전경하고 경찰이 다른데도 괜히 요즘 혼자 겁먹기나 하고 말야. 그러게 MQ지수를 강화하라고. MQ는 다음 페이퍼에 바로 다음 페이퍼에 나옵니다. (이런 얕은 미끼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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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6-06 0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 역할이 너무 무거워지는거 아닌가요?
유치원 차 이리저리 다 돌아서 아이들 내려주니까 한 시간...그래도 길다~~ 아이가 힘들겠어요.ㅠㅠ
경찰서나 경찰이 모처럼 제대로 역할 한 것 같은데요.^^

Arch 2008-06-06 14:44   좋아요 0 | URL
그렇죠? ^^ 역할 별로 안 무거워요. 같이 걸어다니면 재미있어요. 그리고 걸어다니면 운동도 되니까 일찍 주무시니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