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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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어준단 약속한 와타나베
갑자기 그녀가 발돋움을 하더니 내 볼에 살며시 볼을 대었다. 한순간 가슴이 벅차오를만큼 따듯하고 멋진 몸짓이었다. -20쪽

내 몸 속에 기억의 외딴 곳이라고 부를만한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소중한 기억들이 모두 거기에 쌓여서는 부드러운 진창으로 변해버리는건 아닐까.-24쪽

돌격대에 대해 생각하며
세수하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빨 하나하나 뽑아서 닦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34쪽

공동 생활에 대해
뭐 그런 일은 어딜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 특별히 신경쓰일건 없어. 여기 밖에 지낼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지낼 수도 있지. 그저 그런거야.
-38쪽

죽음은 삶의 반대편 극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49쪽

심각해지는 것이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과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어슴푸레하게나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50쪽

나가사와-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원칙적으로 손도 대지 않으려.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걸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쪽

왜 자고 다니냔 와타나베의 질문에 나가사와 선배, 도스토예프스키가 도박에 관해 쓴 것을 언급하며
-가능성이 주위에 충만해 있을 때 그것을 그냥 두고 지나간다는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65쪽

돌격대가 주고간 반딧불이
- 반딧불이가 사라져 버린 후에도 그 빛의 궤적은 내 안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었다. 눈을 감은 두터운 어둠 속을 그 보잘 것 없는 엷은 빛은 마치 갈 곳을 잃은 영혼처럼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헤매고 있었다. -84쪽

미도리, 남자들이 갖는 긴머리 여자의 환상에 대해
-난 말야. 머리가 길고 야비한 여자를 250명쯤은 알고 있어.
-91쪽

와타나베
-고독을 좋아하는 인간은 없다. 그저 실망하는게 싫을 뿐이다.-93쪽

선동하는 무리들의 구태의연한 수작을 보며 와타나베
-이 녀석들의 진짜 적은 국가 권력이 아니라 상상력의 결핍이 아닐까-101쪽

미도리, 요리에 무심한 가족 얘기하며
-세상에서 축축한 브래지어를 하는 것만큼 서글픈 일은 없을거야. 더구나 그것이 국물 계란말이 기구 때문이라 생각하면.-118쪽

자는 문제에 대해 레이코가 와타나베에게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길 마모시키지 말란거야.-?쪽

레이코
-우리가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건 우리 자신이 정상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있단 점이지.-234쪽

입 안은 나방이라도 집어삼킨 것처럼 서걱서걱하고.

(나방을 집어삼키지 않아봤지만 방 안에서 떠도는 나방을 단칼에 죽이곤 휴지로 집을 때 텁텁하게 묻어나오는 나방의 질감은 알고 있다. 이런 표현이 좋다.)-247쪽

와타나베
가정법이니 그런게 사물을 더욱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훈련이 돼.
-276쪽

미도리는 길에 떨어져 있는 물건을 줍기라도 하듯이 내 손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로 가져갔다.
-285쪽

미도리, 극장에서
- 섹스 장면이 나오면 주위 사람들이 모두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리거든. 난 그 꿀꺽 소리를 굉장히 좋아해. 아주 귀여워.

(미도리처럼 세상에 대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을 수 있는 마인드를 동경한다.)-287쪽

와타나베
'조용하고 평화롭고 고독한 일요일' 하고 나는 입밖으로 소리내어 말해보았다. 일요일이면 나는 태엽을 감지 않는 것이다.-309쪽

나가사와
와타나베와 내가 닮은 점은 자신의 일을 타인이 이해해주길 바라지 않는다는거야.-324쪽

하쓰미의 죽음에 대해 나가사와의 편지
- 하쓰미의 죽음으로 뭔가가 사라져 버렸고, 그것은 못견디게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었어. 나같은 사람에게도.-327쪽

와타나베- 그만큼 확신을 가지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정말 멋진 일이에요.

하쓰미- 난 그저 어리석고 고지식한 여자일 뿐이야.-334쪽

사람들이 일그러져 보인단 나오코

그는(의사) 비뚤어진 것을 교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비뚤어짐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했지. 우리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 비뚤어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있단거야.-143쪽

자고 있는 동안 머리가 뇌에 불어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339쪽

미도리, 와타나베에게
나 역시 얼굴이 잘 생긴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자기 얼굴은 뭐랄까. 자꾸 보고 있으면 차츰 이 사람이면 됐다 싶어지거든-352쪽

미도리, 아버지 영정 앞에서
-소변 시중 들 때 아빠 자지를 봤는데 정말 훌륭했어요. 그러니 힘내세요.-353쪽

기분 좋아질만한 말을 해달란 미도리의 요청에 그녀를 꼭 안아주며 와타나베가 해준 말
- 봄철의 곰만큼 네가 좋아.-355쪽

봄의 어둠 속에서 벚꽃은 마치 내게는 살갗을 터뜨리고 튀어나온 짓무른 살덩이처럼 보였다. 정원은 그런 많은 살덩이의 달콤하고 무거운 썩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376쪽

와타나베가 가즈키에게
- 난 너와 함게 있을 때의 내가 아냐. 난 이미 스무살이 된거라구. 그래서 난 계속 살아가기 위한 대가를 치러야만해.-379쪽

미도리
-인생은 비스켓통 같은거야.-382쪽

5월이 되자 나는 깊어가는 봄의 한가운데에서 마음이 떨리고 흔들리기 시작함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 떨림은 대개 해질녁에 찾아들었다. 목련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오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까닭없이 부풀어 오르고,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으로 차 있었다. 그럴대면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천천히 오랜 시간이 걸려 그런 느낌은 지나갔고, 그 후에 둔탁한 아픔을 남겨 놓았다.-388쪽

미도리
- 난 살아있는 피가 흐르는, 생기 넘치는 여자야.

(미도리의 모든 말이 사랑스럽고 예뻤지만 이 말만큼 적절하게 그녀를 보여주는게 또 있을까)-399쪽

미도리 - 정말 이대로 좋아?
와타나베 - 또 바뀌면 어떤게 좋은지 모르겠으니까 그대로가 좋아.-401쪽

미도리- 많이 먹고 정액을 많이 만드는거야. 그러면 내가 부드럽게 빼내줄테니까.
-404쪽

두 여자를 사랑한단 와타나베의 편지에 레오코
- 날씨가 좋은 날 아름다운 호수에 보트를 띄우면 호수도 아름답지만 하늘도 아름답다는 것과 다를게 없어.-407쪽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나와 죽은자와의 거리는 점점 멀어져간다. 가즈키는 열일곱살 그대로이고 나오코는 스물 하나인 채 그대로다. 영원히.-422쪽

레오코와의 키스. 사람들이 쳐다보자
나는 이제 그런 시선엔 마음을 두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 있었고, 계속 살아가는 일만을 생각해야하는 것이다.-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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