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생태보고서 - 2판
최규석 글 그림 / 거북이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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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종의 남루함을 자랑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딱히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어찌보면 은근히 즐기는 듯도 한 뻔뻔함과 간혹 먹기 사슬의 모순을 접할 때면 뒤에서나마 구시렁거릴줄 아는 비판 의식도 갖춘 편이다.
허나 전반적으로 일관된 서식 양태를 보여주는 듯 하다가도 더할 나위 없는 조합. 이종으로서의 의태가 가능한 상황하에서는 순간적으로 행동 양식이 돌변하기도 한다.
-29쪽

칭찬은 고래 친구를 도발한다.
- 대학 후배가 친구를 칭찬하자.-48쪽

노래방 도우미 편
그곳에는 닮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 닮아버릴지도 모를 모습들과 전혀 재미있지 않은 농담과 연민인지 경멸인지 모를 감정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타인의 슬픔을 피해 달아나는 빠른 발걸음이 있다.-70쪽

다른 방에서 들리는 신음 소리에 자신이 개발한 소릴 내본 정군. 다른 애들이 괜찮다고 하자 아예 옥상으로 가서 계속......

우연히 얻은 군중의 환호성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성냥불과도 같음을 그리고 최고의 자리는 오직 노력만으로 지킬 수 있음을 그는 알고 있다. ..... 지킬 필요 없잖아.-90쪽

속물 근성 반박하는 최군에게 녹용이 포도나무 아래의 여우 얘기를 하며

여우는 더이상 뛰어오르기는 커녕 서 있을 힘조차 없었어요. 너무나 지치고 약이 오를대로 오른 여우는 포도를 힐끗 올려보더니
"저 포도는 분명 지독하게 시고 맛도 없을거야."
라고 말하고 황급히 떠나버렸답니다.-124쪽

농담.
정군- 연애도 좋지만 어쩌구 저쩌구. 친구들 기분이 어떨거 같아.(심각한 표정으로)
최군- 어떤데.
정군-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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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군- 웃겼어? 연습 별로 안 했는데.-136쪽

얼마 썼냐고 자기 자신에게 묻는 최군.
이건 그냥 연애야. 죄 짓는게 아니고 남들 다 하는 그냥 연애.-140쪽

너무 다른 그녀가 저를 사랑합니다. 사랑만 합니다.-144쪽

어느 부족한 여성은 넓은 아량으로 감싸 안으려 했던 알량하지만 나름대로 기특한 한 청년은 (채일 수도 있는 거였나?) 이런 절차로 최악의 그러나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가지 결론을 도출하기에 이른다. 이쁜 여자랑 사귀자! 그래야 덜 억울하다. -178쪽

차라리 부자에게 가 줘. (예쁜 여자야) 욕이라도 할 수 있게.-198쪽

가난의 효용
길거리에 나앉을 정도만 아니라면 오랜 가난은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가져본 적이 없으니 소유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고, 돈 쓰면 놀아본 적이 없으니 유흥과 공부를 놓고 고민할 일이 없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좀 낫게 사는 친구들보다(영혼을 내게 맡겨라. 일단 질러라.) 적은 용돈이나마 늘 여유가 있고, 더 힘든 녀석을 만나면 따뜻한 밥 한끼 대접하는 호기를 부릴 수도 있다. -213쪽

우리게에 뭔가 문제가 있는걸까? (그렇겠지?) 그것이 싫은 논리적인 이유를 백가지는 더 댈 수 있는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도망이 아닌 선택일 수 없을까. 패배할 것이 두려워서 출발선에 서기를 피하고 있는걸까? 혹은 어른이 되는 날을 자꾸만 미루고 있는걸까? 불안한 눈빛으로 친구의 연봉을 묻거나 부동산 정보를 뒤적거릴 어쩌면 슬플 그 날에 한때는 이렇게 되지 않으려 노력했노라 자위할 기억을 만들고 있는 것 뿐일까? 세상 안으로 성큼 들어서지도 발을 빼지도 못한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금 그래도 조금씩은 자라고 있는 것일까? 자기 안의 수많은 모순과 세상에의 두려움을 한가득 품고도 영문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기분 좋은 외침을...... 단지 어리석음 때문만은 아니겠지?-249쪽

왜 사슴이냐고?
뭐 이런저런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해석들을 듣는 자기만의 기쁨과 해석을 하는 사람들이 누릴 지적 즐거움을 무시하고 솔직히 말씀드리겠다. 상명 대학교 상징 동물이 사슴!

---( 깜찍한 전제.)-후기쪽

때의 더러움과 때가 언제나 몸에 붙어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수롭지 않게 그것을 씻어내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듯이, 인간의 내면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습지생태보고서 작업 중간중간 했었던 듯하지만 뭐...... 대부분의 경우엔 마감 시간에 쫓겨 대충......

어쨌든 (습지)는 나에게 전세금을 마련해 주었고, 나의 생각과 행동이 변했다고 느껴지면 그것이 통장의 잔액과 관계가 있는 것인지를 먼저 살펴야 한단 교훈을 주었다.-후기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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