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 수술 후 웃고 떠들다 잠자다 죽은 앤디워홀

헤로인을 밥 먹듯이 즐기다 29세에 죽은 장 미셀바스키아

에이즈발병이 10년 이상 걸리는데 후딱 발병해 죽은 키스 해링

이 세 명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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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타리를 처음 만난 것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였다. 아마도 교과서 였던 것 같은데,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는 가물가물하다. 그 때의 나는 소녀시절이었음에도 소설 속 소년 소녀의 감정을 느끼기 버거운 얼치기였다. 다만 그 때 <소나기>에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던 정경이 있었는데 그것은 소년과 소녀가 걷던 들판을 묘사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마타리. 왠지 우리말 같지 않은,이물스러웠던 이름. 그 후 몇 년이 지났을까. 나는 늦여름의 노란꽃 마타리의 실물을 보게 되었다. 키가 늘씬하고 상큼한 미모. 방사형으로 뻗은 여러 줄기 끝에서 작은 꽃들이 모여서 피어 귀여움을 발산하는 꽃. 개나리의 노란 색보다 밝고 환한 꽃. 한 번 본 꽃은 절대 잊혀지지 않았다. 꽃이라는 것은 시기가 있어 그 시기에 내가 산에 가지 않는다면, 시골길을 걸어 볼 기회가 없다면 몇 해가 가도록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몇 해동안 마타리를 보지 못했다.

 

올 해 여름. 나는 마타리가 그렇게 흔한 꽃인줄 처음 알았다. 차도 옆에도 산길에서도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서도 어디에서도 마타리가 있었다. 8월 초 태백으로 가는 버스 안, 길가에는 구릿대와 마타리가 지천이었다. 여름을 지내면서 멋드러지게 키를 키운 건장한 구릿대와 비록 갸냘프지만 튼튼하고 늘씬했던 마타리. 창밖으로 시선을 주는 눈길이 참 시원했다. 밥을 먹으러 들어간 순두부집 초입에도. 이후의 열정이 남아 다시 찾은 바우길에서도 마타리는 산 길 곳곳에서 살랑 살랑 다정한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소나무와 참나무만 빽빽한 산길에서  소녀처럼 화사하게 빛나던 마타리. 명절을 앞두고 갑자기 내려 간 고향집가는 길에서도 마타리가 '어서 와'했다. 아직 덜 여문 새파란 밤송이와 묘하게 잘 어울렸던 노란 마타리. 꽃무릇을 보겠다고 간 길상사 한 켠엔 아예 마타리 밭이 있었다. 이제는 정말 키가 나만큼 크고 수분이 끝난 듯 색도 좀 바랬지만, 가는 가지들이 얼기설기 한 무리의 노란 꽃 밭을 이루고 있었다. 올 여름은 8월 한 달 내내 9월을 넘겨 가면서 까지 마타리를 보는 호사를 누렸다. 노란 색이 이렇게 행복한 느낌을 주는 색이 었나? 나는 이렇게 복이 많아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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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목발질 하며

 나는 살아 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 걸요?

 

 기형도 <쥐불놀이> 중에서

 

 

 

 

 

평소 자신의 생활이나 업무 속에서 불현듯 주위를 돌아보거나 멀리 시선을 두었을 때, 산과 숲이 펼쳐지고 아련한 수평선 혹은 지평선이라는 확고하고 안정된 선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얼핏 그것들은 단순히 눈에 익은 풍경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 있는 견고하고 안정된 선은 인간의 내면에 차분함과 충족, 안도감과 깊은 신뢰감을 안겨준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중에서

 

'할머니 저 회사 그만 뒀어요. 인제 어떡해요?'

'아가, 앞으로 돈 벌 날 하고 많응게 쪼매 안 벌어도 돼야. 안 굶어 죽는다'

'할머니, 저 이렇게 술 많이 마셔서 어떡해요?'

'아가, 걱정하지 말아라,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안 들어갈 날이 곧 온다.'

김현진 <들어갈 때 실컷 마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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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인가 부암동 어디께였던 거 같은데, 우연히 지나다 작은 공간에서 열리는 박노해 사진전을 본 기억이 있다. 아, 이렇게 다니시는 구나. 하고 조용하고 소박한 그 공간에서 한참을 있었다. 우리 시대에 치열한 혁명가로 '노동의 새벽'으로 기억되는 시인 박노해.

 

<다른길>은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라오스,버마,인디아,티벳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나라이름이나 나눔이 부질 없을 정도로 한 풍경 한 마음을 담고 있는 사진과 글들이었다. 잔잔한 감동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사진 한 장 한 장 글귀 하나 하나가 모두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정표 앞에 서면 항상 길을 잃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정표는 그의 인생의 화두라고 했다. 시인이 걷는 길은 이정표가 없는 길. 시인은 마음의 지도를 따라 온종일 온 세상을 걷고 있다. 그에게도 시인을 따라 이정표 없는 길을 가라고 하고 싶다. 세상 끝 간데 까지.

 

하루 일을 마치고 노을이 물든 마당에 모여 앉아
수확한 감자와 갓 볶아 내린 향긋한 커피를 마신다.
'아이가 자라서 라당의 농부가 되면 좋겠어요'
밭을 밟고 오르며 농사짓는 것 몸이 좀 힘들 뿐이지만
남을 밟고 오르는 괴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지요.
늘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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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폭식하는 알바트로스와 히치하이커 애벌레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우리학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my family and other animals).

 

'미치는 데에는 분명 미치광이들만이 아는 즐거움이 있다'-드라이든, <스페인 수도사>

 

제럴드 맬컴 더럴은 영국의 야생동물 연구가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키운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자연보호 방법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그는 이후 많은 야생동물 보호 활동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가 야생동물 보호가가 된데는 어린 시절 그리스 코르푸섬에서 살았던 시기가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책은 그 5년간의 시절을 회상해서 쓴 것이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마라. 손님을 대접하다가 부지불식간에 천사를 대접한 이도 있었느니라'

<히브리서> 13장 2절

 

대럴의 가족은 모두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였는데 후에 작가가 된 큰 형 래리는 자신의 개성 넘치는 손님들을 그리스로 불러 들인다. 화가나 작가, 음악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 집에 방문한 손님들 조차도 아주 이색적인 캐릭터 들이었다. 대럴이 묘사한 래리의 손님들 때문에 나는 한참을 웃고 말았다.

 

'즐거운 사람은 오래 산다고들 하지만 비참한 사람은 그보다 하루 더 오래 산다'

니콜라스 유달, <랠프 로이스터 도이스터>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동물친구들이 주요 등장인물이지만, 작가의 가족과 주변인들 또한 책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작가 가족의 그리스인 친구들은 마치 가족처럼 그들의 곁에 있었는데,

책을 읽었는지 영화를 봤는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묘사가 섬세해서 읽는 내내 유쾌하고 상쾌했다.데럴의 가족들을 보면서 나는 작은 아씨들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끊이지 않는 일상의 소동들과 자연과 벗하며 사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작은 천국을 발견했다.

 

이 책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에 대한 데럴의 섬세하고 사려깊은 묘사는 그가 왜 야생동물보호가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는지 알게 했다. 그리고 왜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도. 그의 글을 읽노라면 동물과 인간에 대한 시선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그저 그렇게 섞여 사는 존재일 뿐.

 

작은 따옴표는 책에서 인용함.

새우는 날 것으로 먹으면 포도처럼 단맛이 났다.

점심 시간이 되면 우리는 주린 배를 안고 해변에 모였다. 레슬리는 불룩한 사냥 자루를 들고 왔다. 그 자루에는 피에 젖은 토끼들. 자고새와 메추라기, 도요새와 숲비둘기가 들어있었다. 테오도레와 나는 작은 생물들이 들어 있는 시험관과 유리병을 들고 왔다.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 깔개 위에 음식을 쌓아놓고, 물에 담가 차갑게 해둔 포두주를 바닷가에서 가져왔다. 래리는 몸을 쭉 뻗고 누워서 하얀 나팔 같은 백합꽃에 완전히 파묻힐 수 있도록 깔개의 한쪽 귀퉁이를 모래언덕 위쪽으로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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