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거미를 사랑했다

거미는 내가 커피 마시는 테이블을 기어 내게로 왔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거미를 덥썩 안아 집으로 데려 왔다

밤에도 보고 낮에도 보고 돋보기를 대고도 보고

그냥 눈으로도 보고

나는 정말이지 그 거미가 좋았다

거미가 보고 싶어 집으로 일찍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가둬놓은 거미가 불쌍해서

숨구멍을 조금만 열어 준다는 것이

그가 도망 갈 구실이 되었다

거미는 아마 내 눈빛이 무척 뜨거웠을 것이다

그는 아마 어두운 책장 뒤로 도망 쳤을 것이다

봄부터 겨울 올 때 까지 열어 놓은 내 방 창문은

항상 방충망이 쳐져 있었으므로

나는 거미가 보고 싶었다

거미 도감을 보고 또 봐도 그 거미는 없었다

내가 이름 불러 줄 수도 없었던 거미

지금도 나는 밤이면  거미가 생각난다

침대 옆 벽면을 타고 그 거미가 내게로 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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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2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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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2 1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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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가을에 만났거나 만날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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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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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수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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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의 도시
신용목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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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제3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서효인 지음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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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바람이 불었던 것 같아 우린 현관 앞을 서성이다가
다시 작은 집 방 안으로 들어가 난로 앞에 마주 앉았지

그날이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날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시간이 흐르면 그 어떤 기억도 모두 다 엉키고 마니까

널 위해 밤새워 노래를 불렀지
지금 넌 떠나고 곁에 없지만

우린 그 순간이 마지막인 걸 알았어. 서로를 정말 좋아했었지만
그것 하나로 모두 충분하단 건 너무 철이 없는 생각이었지

항상 나보다 훨씬 나았던 네가 결정을 내린 듯 나를 떠났고
나는 또 한 번 바람이 부는 텅 빈 집에 홀로 앉아 기타를 치게 됐지

지난 일은 다 덮을 때도 됐는데 되새기며 슬퍼할 필요는 없는데
너의 하루를 굳이 그리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불행한데

널 위해 밤새워 노래를 불렀지
지금 넌 떠나고 곁에 없지만

그날도 눈이 내렸던 것 같아 우린 동네를 몇 바퀴 돌면서
함께할 미래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 없이 웃으며 얘길 했어

몇 해가 지나 겨울이 다시 온 건 내가 손쓸 수 없는 일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그저 쓸쓸할 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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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잘 드는 그 어느 곳이든

잘 놓아두고서

한 달에 한 번만 잊지 말아줘

물은 모자란 듯하게만 주고

차가운 모습에 무심해 보이고

가시가 돋아서 어둡게 보여도

걱정하지마

이내 예쁜 꽃을 피울 테니까

 

언젠가 마음이 다치는 날이 있다거나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를 때면

나를 기억해

그대 작은 위로가 되어줄게 

 

내 머리 위로 눈물을 떨궈

속상했던 마음들까지도

웃는 모습이 비칠 때 까지

소리 없이 머금고 있을게

그 때가 우리 함께 했었던 날 그 때가

다시는 올 수 없는 날이 되면

간직했었던

그대의 눈물 안고 봄에 서있을게

 

작사 작곡 에피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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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듣는다

퀼트하고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읽고 어제 담근 가을 김치랑 맥주를 마셨다

차받침 하나 티팟 받침 하나 완성하고 필통 지퍼도 달았다

옛날 부터 천 욕심 많아 멀리 도시까지 나가 옷감천들을 사오곤 했다

어느 순간 짐이 되어 다 정리해버린 그것들이 오늘따라 미안하고 그립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네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도 희미해져 갔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었지

하지만 잊을 수 없는게 어딘가 남아 있을거야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누군가에 별이 되기에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피할 수 없어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멈출 수 없는 그건 나의 길

 

다가올 시간 속의 너는 나를 잊은 채로 살겠지

하지만 잊을 수 없는 게 조금은 남아 있을거야

새로운 세상으로 가면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맘처럼 쉽지 않겠지만

꼭 한 번 떠나보고 싶어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많은 세월 살아왔지만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서 나는 가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두렵지 않아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네

그게 나의 길

 

그렇게 사라져 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네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도 희미해져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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