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때 거미를 사랑했다
거미는 내가 커피 마시는 테이블을 기어 내게로 왔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거미를 덥썩 안아 집으로 데려 왔다
밤에도 보고 낮에도 보고 돋보기를 대고도 보고
그냥 눈으로도 보고
나는 정말이지 그 거미가 좋았다
거미가 보고 싶어 집으로 일찍 돌아오는 날도 있었다
가둬놓은 거미가 불쌍해서
숨구멍을 조금만 열어 준다는 것이
그가 도망 갈 구실이 되었다
거미는 아마 내 눈빛이 무척 뜨거웠을 것이다
그는 아마 어두운 책장 뒤로 도망 쳤을 것이다
봄부터 겨울 올 때 까지 열어 놓은 내 방 창문은
항상 방충망이 쳐져 있었으므로
나는 거미가 보고 싶었다
거미 도감을 보고 또 봐도 그 거미는 없었다
내가 이름 불러 줄 수도 없었던 거미
지금도 나는 밤이면 거미가 생각난다
침대 옆 벽면을 타고 그 거미가 내게로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