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수목원 온실 초입에 있던 애니시다.꽃 이름을 보는 순간, <내 이름은 빨강>이 딱 떠올랐다. 사실 꽃이름을 보기 전부터 왠지 모를 기시감에 어....이 꽃 이름이 뭐더라..하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도무지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거였다. 그저 애니시다 라는 팻말만 보고 애니시다? 아닌 거 같은데...했을 뿐이다. 그런데 왜 <내 이름은 빨강>이 떠올랐을까. 하고 집에 돌아와 책을 찾아 보니 이런 이유가 있었다.

 

 

 

 

17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천계의 서>에는 죽은 후 사흘이 지난 영혼이 신의 허락을 받아 자신이 살았던 육체를 방문하는 이야기가 쓰여 있는 장이 있다. 영혼은 자신의 옛 육체가 무덤 속에서 피와 썩은 물 속에서 있는 것을 보고는 '가련한 옛 육체, 사랑하는 나의 가련한 옛 육체'라고 울먹이며 명복을 빈다. 나는 한동안 엘레강스의 불운한 종말과 그가 우물 바닥에 있던 모습을 떠올리며, 어쩌면 그의 영혼이 자신의 무덤이 아니라 우물에 찾아와서 몹시 가슴 아파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빨강>은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작품으로, 16세기 말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와 배반, 목숨을 건 사랑을 그린다. 2002년 프랑스 최우수 외국 문학상, 2003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을 수상', 작품이다. 목차를 보는 것만으로 독서욕이 확 당기는 작품인데, 실상 나는 좋다는 추천을 너무 받고 읽은 터라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 채 지루하게 읽었었다. 지금 다시 보니, 내가 읽기 힘들었던 코드가 추리소설 같은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다. 애니시다 때문에 다시 조금 더 보니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무지 신비로운 이 느낌들은 이스탄불의 분위기 그 자체다.   

1권
1. 나는 죽은 몸
2. 내 이름은 카라
3. 나는 개입니다
4.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5.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6. 나는 오르한
7. 내 이름은 카라
8. 저는 에스테르랍니다
9. 나는, 셰큐레
10. 저는 한 그루 나무입니다
11. 내 이름은 카라
12. 나를 나비라 부른다
13. 나를 황새라 부른다
14. 나를올리브라 부른다
15. 저는 에스테르랍니다
16. 나는, 셰큐레
17.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18. 나를 살인자라고 부를 것이다
19. 저는 금화올시다

 

다시, '애니시다'로 돌아와서 이 애니시다가 <내 이름은 빨강>의 에니시테가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애니시다의 원산지가 남부유럽 고원지대라고 하니 꽃이름을 사람이름으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3월에서 7월까지 꽃이 피고, 꽃이 많이 달리면 레몬향이 난다고 하는 애니시다의 꽃말은 겸손, 결백, 청초. 뿌리가 왕성하게 자라므로 토양의 침식을 막기 위한 둑 같은 데 심으면 좋고, 햇빛과 바람을 좋아하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에서 잘 자란단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골담초, 금작화, 황금싸리, 향기싸리, 노랑싸리라 불린다. 이 부분에서 어, 하던 기시감의 이유를 알았다. 불과 얼마전 <템페스트>에 나왔던 가시금작화를 검색하면서 보았던 바로 그 꽃. 따지면 가시 금작화와 금작화는 다른 식물이긴 하지만, 꽃의 모양과 색은 같은 것이다.

 

 캘리밴: 무서울 것 없어요. 이 섬은 별별 소리와 노래와 달콤한 공기에 싸여 있으며, 이것들은 오직 기쁨을 줄 뿐 해롭지 않습니다. 때로는 각종 악기의 소리가 귀를 울리며, 또 때로는 자장가가 있어 긴 잠에서 깨어나도 또 잠들게 됩니다. 꿈속에서는 구름이 걷혀서 금시라도 각종 보물이 내게 쏟아질 듯하답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꿈나라로 들어가고 싶어서 몸부림친답니다.

 <템페스트>의 배경이 된 섬은 천국처럼 묘사 되어 있고, 여기서 자주 등장하는 식물이 가시금작화였다. 어쨌든 이 금작화가 풍성하게 피면 레몬향이 난다고 해서 애꿎은 허브 책들도 뒤져 보았다. 금작화가 허브 종류에 속하나 해서이다. 바야흐르 어딜 가나 꽃이 흐드러진 시절이 시작되었다. 화원들도 앞을 다투어 길가로 작은 화분들을 꺼내 놓았다. 요즘은 화분들에 이름표를 잘 꽂아 놓기도 하지만, 역시 이름을 알고 보면 더 사랑스러운 법, 좋아하면 이름을 알고 싶은 법, 허브 책에 애니시다는 없었지만 새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은 이렇다.

 

루콜라 얼마전 북한산 아래에서 루꼴라 피자를 먹었는데, 원래 루꼴라는 잎이 이렇게 크지 않은데 이상하다 루꼴라 맞아? 생각했었다.책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내가 주로 먹었던 것은 새싹 루콜라였던 것. 북한산 피자 위의 루콜라는 조금 더 자라니 무잎 같아 보였던 것이고. 암튼 이 루콜라는 이탈리아어이고 '로켓'이라는 영어명으로도 통용되고 있다 한다.

 

카모마일 커피를 많이 마신 날이나, 커피맛이 검증 되지 않은 커피집에 갔을 때 마시기 좋은 허브티. 종류는 많지만 주로 카모마일을 주문하게 된다. 카모마일은 긴장을 완화시키고 심신을 이완시켜 주며, 달콤한 과일향이 나 허브티의 대표메뉴라 할 만하다. 꽃의 모양은 작은 마가렛 모양인데 작은 국화를 연상하면 된다. 종류는 많지만 우리가 주로 마시는 카모마일은 게르만 카모마일과 로만 캐모마일이라는 것. 동화 피터 래빗에 등장하는 허브로 유명. <처음 시작하는 허브>는 길러서 요리하고 활용하자!는 마인드의 책이다. 기르는 법, 활용하는 법, 허브 사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주방 곁이나 책상 위에 두고 그 때 그 때 궁금한 것들을 찾아 보면 좋다.

 

완도 수목원 온실의 애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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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아무데나 가야겠다 - 우리가 가고 싶었던 우리나라 오지 마을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1
이원근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가고 싶었던 오지마을 완벽 가이드북, 여행자라면 필지참, 선물용으로도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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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는 카라의 에니시테다. 처음에는 카라의 어머니가 그에게 나를 `에니시테 에펜디`라고 부르도록 가르쳤는데, 나중에는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에니시테라고 부르게 됐다. 카라가 우리 집에 들락거리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우리가 약사라이 동 뒤편, 밤나무와 보리수가 우거진 어둡고 눅눅한 골목에 살던 시절부터였다. 1-48

나는 지금 세밀화의 여러 가지 기본 지식을 충실하게 습득할 카라를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만약 당신들이 세밀화를 그리거나 예술 창작을 하면서 실망감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그것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당신들이 타고난 재주가 얼마나 뛰어난지는 몰라도, 부와 명예는 다른 곳에서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재능과 노고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예술에 등을 돌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1-50

37 나는 여러분의 에니시테요
내 장례식은 내가 원한대로 아주 훌륭했다. 와주기 바랐던 사람들이 다 왔고, 그래서 자랑스러웠다. 이스탄불에 머무는 대신들 중 키프로스 출신의 하즈 후세인 파샤와 절름발이 바키 파샤는 내가 한때 자신들에게 봉사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조문을 와서 의리를 지켰다. 2-47

이 멋진 승천 중에 보았던 색들을 무슨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모든 세계가 색으로 이루어져 있고 모든 것이 색임을 나는 보았다. 나를 다른 모든 것들과 구별하는 힘이 색에서 나온 것이고 지금 나를 사랑으로 껴안고 세계와 연결해 주는 것도 색이란 걸 깨달았다. 2-49

베르자흐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보이고 공간의 경계도 없다. 그러나 삶이 꽉 끼는 셔츠와 같다는 것은 오직 시간과 공간의 감옥에서 벗어나야만 깨달을 수 있다. 죽은 자들의 왕국에서 진정한 행복은 육신이 없는 영혼이라면, 산 자들의 영토에서 가장 큰 행복은 영혼 없는 육신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죽은 다음이 아니면 알 수가 없다.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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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필 땐 흑천변을 걸어 내리로 넘어가 산수유를 보고 오는 것이 봄 일정이었는데

이번 봄은 도무지 꽃이 흐드러져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꽃들에게 미안하여 오가는 길에서 찍은 꽃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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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피는 산골'과 같은 급으로 좋아하는

 '솔솔부는 봄바람'이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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