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를 읽는 방법>을 읽다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로 넘어왔다.

오랫만에 전철을 타고 오면서, 60쪽 가량을 읽었다.

전철을 이용하면 이틀이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침 저녁으로 두 시간,

혼자만의 음악 가득한 공간을 포기할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든다.

 

남아 있는 나날을 읽는데 왠지 기시감이 느껴져서 영화를 봤을 수도 있단 생각을 했는데,

봤던 안봤든 찾아 보아야 겠다. 틀림없이 아름다운 영국의 전원 풍경이 펼쳐질 테니...

아름다운 영국 전원 풍경이 나오는 영화들이 몇 개가 같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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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좋아졌다.

네가 건넨 책을 받아 든 순간,

책도 참 예뻤지만

얼핏 들추어 본 사진들이 마음 속에 와서 꽂혔다.

너는 나와 같은 것을 보는 사람.

나는 이미 너의 뷰파인더가 되어서

너의 마음자리까지 훑는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제목을 보고 나는 헉..했다.

나는 한 번도 어른이란 단어를 나와 연결시켜 본 적이 없기에.

매일 밤?

그렇게 자주 어른이 된 너는 어떤 사람인건가

 

너는 서울에 살면서도 따로 방을 잡아 서울 여행을 하는 사람

어깨가 잠기는 깊은 욕조를 좋아하는 사람

밤의 장미가 좋은 사람

밤에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나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보고 싶은 사람

내일은 내가 제일 먼저 취해야지 하고 맘 먹을 줄 아는 사람

젠장. 이라며 한 마디 내 뱉는 말이 참 귀여운 사람이었다.

 

너의 사진 한 구석탱이

너의 문장 마지막 한 단어

에서 나는 나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떠올렸다.

그 중에 가장 자주 떠오른 사람은 바로 '나'였다.

그렇게 너는,

나와 닮은 또 한 명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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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미술시간이 제일 싫어! (준석이의 일기)

 

나는 미술실로 가는 복도가 정말 싫다. 계단을 올라가서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내 사랑 컴퓨터실이 있는데, 왜 길고 어두운 복도를 지나 미술실로 가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 밥도 먹었겠다, 졸리기도 하겠다, 하고 싶은 컴퓨터실을 코앞에 두고도 못가는 속상함에 맘껏 억지를 부려 본다.

으아악! 으아아아아아아!”

준석아! 하고 싶은 걸 참는 것도 공부야

담임 선생님의 무서운 목소리에 억지로 오긴 했지만, 나는 미술이 정말 싫다. 내가 좋아하는 물감을 눈앞에 두고도 실컷 빨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은 풀도 물감도 정말이지 손도 못 대게 하신다. 어쩌다 운 좋게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게 되면 그 땐 여지없이 화장실로 가서 입안을 헹궈내야 한다.

내 나이 여덟 살. 먹고 싶은 것을 맘껏 먹지 못하니 내 이마는 펴질 줄을 모른다. 그래서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나를 인상파라고 부르신다. 식욕이 채워지지 않으니 나는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오늘 미술 시간은 최악이다. 내가 좋아하는 물감을 내 손에다 묻혀 놓고 그걸 핥아 먹지 못하니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한 입 먹으면 소원이 없겠는 맛난 노랑물감을 미술선생님이 내 손바닥에 맘껏 바른다. 그리고 가을이니 단풍잎이니 하며 도화지에다가 쾅쾅 찍기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준석아 이쁘지? 준석이 정말 잘했다!”.

하면서 온갖 호들갑을 떠는 선생님. 정말이지 미술선생님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자꾸만 잘했다, 잘했다하니까 이상하게 물감을 먹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참아졌다. 물론 내가 칭찬을 못 들어 물감을 먹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물감이나 풀 같은 것을 먹고 싶게 태어나졌을 뿐이다. 그걸 몰라주는 미술선생님이 야속할 뿐이고 나는 미술 시간이 참말로 싫다. 하지만 오늘은 어쨌건 나는 물감을 안 먹고, 물감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가을 동시 화첩’. 선생님이랑 단풍잎에 물감을 발라 도화지에 찍었는데, 내가 싫어하는 미술선생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한다.

이야~! 우리 준석이가 제일로 잘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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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라져 가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네

잊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순간도 희미해져 갔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건 세상 어디에도 없었지

하지만 잊을 수 없는게 어딘가 남아 있을거야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누군가의 별이 되기엔

아직 부족하지

그래도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피할 수 없어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멈출 수 없는 그런 길

다가올 시간 속의 너를 나를 잊은 채로 살겠지

하지만 잊을 수 없는게 조금은 남아있을 거야

새로운 세상으로 가면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맘처럼 쉽진 않겠지만 꼭 한번 떠나보고 싶어

나는 이런 평범한 사람

많은 세월 살아왔지만

아직은 부족하지 그래서 난 가네

나는 나의 길을 가

소나기 두렵지 않아

구름 위를 날아 어디든지 가

외로워도 웃음지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고 싶네

그게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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