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

아무리 쳐다보고 있어도 못 본 척 외면하는 사람

백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 돌멩이를 하나 주운 다음

너를 향해 내던지는 손금이 너의 저쪽 뺨에 닿는 동안

나는 쪼리를 신고 걸어서 지구를 다 돌아 볼 것이다

요즈막이 너무 더워서 쪼리를 벗어던지지 못했고

낮에는 에어컨을 켰다.

어제 오늘 밤바람에

살 것 같은 마음이 되었다.

그래, 9월이 가고 있는데

이정도 바람은 벌써 되었어야지하면서도

갈 게 가고, 보내고 싶은 걸 보내고

맞이하고 싶은 걸 맞이하는 데도 왜 이런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인가에 대해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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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이병률 시인의 시집이 나왔다.

<바다는 잘 있습니다>

라고 바다를 보면서 그가 말했다.

시 전문 계간지 <발견2016 겨울호>에 실린

신작시 4편도 실려있을 것이다.

나는 아마도 그의 시와 산문들을 다 읽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다 희미해졌다.

다만  <찬란>, <눈사람여관> 정도의 단어들과

'진동하는 사람'은 여전히 진동하고 있다.

 

기억 속에 남은 잔영이 있다면

그는 나와 영혼이 닮은 사람이다.

그리고 원래 다정한 사람. 

 

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도 좋아하는 책들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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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은 단어가 하나인데 뜻이 여럿인 것처럼

각기 다른 뜻이 여러 개인데

달랑 단어가 하나 뿐인 말처럼

종종 외국어 단어에는 다중과 다단이 배치되어 있다

 

하나의 말이 다른 말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사이가 좋아야겠지만

하나의 단어에 여러 개의 의미가 모이는 것을 선호한다

단숨에 한 번에 만들어진 단어는 없을 것이기 때문

 

그런데 나는 오늘 소금을 받았다

 

인간적이지도 사실적이지도 않은 소금

왜 소금이냐고 묻지 않았다

 

소금이 세상에 가라앉고

몸에 음식에 바람에 섞이게 되면서도

일말의 물음은 없었을 것이다.

 

신작시 '소금의 중력'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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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09-21 22:09   좋아요 0 | URL
제목도 어쩜! 제 스타일입니다.
바다...늘 그리운^^
가을맞이 시집 한권 읽어야겠어요.

2017-09-22 07:45   좋아요 0 | URL
그렇죠?ㅎㅎ 가을맞이 시집이란 말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