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이 떠져 주섬주섬 차 키를 챙기니 건넌방에서 자던 친구가 묻는다.

어디가?
응 근처 오름 한 군데 더 가볼까하고.
나도 갈래.

차로 10분을 달려 한 시간쯤 오름에 올랐다 내려왔다. 어제 오른 오름길엔 엉겅퀴, 쥐똥나무, 산딸기가 많았는데 오늘은 꽃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시야가 더 트이고 바람이 좋았다. 어제 오름 정상엔 소똥이 오늘 오름 정상엔 말똥이 많았다. 제주는 소들도 말들도 이런 풍광 속에서 풀을 뜯는 구나. 피하려 하였지만 무심코 말똥도 한 번 밟고 천천히 내려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장에 들렀다.

마침 5일장이다. 한치와 갑오징어, 갈치와 자리, 도토리묵, 감자, 당근과 치커리 적상추 모종을 욕심껏 샀다.내일이 없는 것처럼 현금을 남김없이 썼다.

그러고 돌아왔는데 7시 반이다. 주섬주섬 장거리를 정리하고 도토리묵 반 모씩, 작은 한치 세 마리를 가늘게 썰어 나무접시에 나누어 담았다. 간장에 참기름을 두르고 묵과 한치를 찍어 먹었다. 한 개 천 원 주고 산 당근도 오드득 먹었다. 물론 소주도 3잔 곁들었다.

잠시 휴업한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소주를 3잔만 마셨는데도 생래적인 컨디션 불량으로 업디어 다시 잠이 들었다. 점심은 자리물회를 만들어 먹고 싶지만 재료가 없으므로 자리회무침을 만들어 막걸리를 두 잔만 마셔야겠다.

저녁에 친구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데친 갑오징어와
얼갈이와 호박을 넣어 갈칫국을 끓여 마저 소주를 마셔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엿같던 마음이 녹았다. 절대 안풀어야지 이 앙 다물고 있었는데
쉽게 꼬인만큼 쉽게 풀려서 나도 어이없다.
영쩜일초도 안걸렸다.

내일 아침엔 해뜨기 전에 인근에서 가장 큰 오름에 가보자고 친구와 약속을 했다.
돌아오는 길엔 수국길을 드라이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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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7-06-04 19:50   좋아요 0 | URL
소주가 뭐..꿀로 돌변하는 화학반응했을 듯합니다..소주가 꿀로 변하는 효과에 대한 논문한편 써도 되는 ^^.캬....

miony 2017-06-30 14:36   좋아요 0 | URL
오름 사진 좋아요. 특히 처음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