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 오는 길.
몹시나 더위에 지쳤던 사람마냥
선선한 바람이 반가웠다.
좀 터벅터벅 오래 걷고 싶은 마음.
천변이나 좀 걷다 들어갈까?
아침에 나오려다보니 샌들이 없다.
아이가 신고 나갔나 보았다.
할 수 없이 쪼리를 - 바닥이 푹신해서 좋아는 하지만
나름 놀러갈 때만 신는지라-신고 나왔기에.
터벅터벅 걸어지지 않았다.
질질 끌렸다. 삶의 무게가.
문득 옛날 애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자긴 왜 신발을 질질 끌어? 했던가
터벅터벅 걸어? 했던가
정확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고 뉘앙스만 떠오르는데.
암튼 선선한 바람이 옛날 애인을 떠올리게 했나
질질 끌어지는 쓸쓸한 그 무엇이
아니면 아직도 그 사람은 나의 애인일까
누구한테 물어보면 정답을 말해줄 수 있는 질문일까
조금 더 천천히 오래 오래 걷고 집에 와서 맥주를 마셨다.
아 오늘 맥주는 넘 묽은데?
옆사람이 말했다.
나 월급 조금 밖에 안되니까
이제 하루 한 캔씩만 마셔...
아^^;;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