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은 내 유년의 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살 던 집 마당에 큰 수국이 있었는데, 그 보랏빛이 오묘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곤 하던. 수국이 이렇게 지천으로 많을 수 있다는 것은 작년에 친구와 섬여행을 하면서 알았다. 남쪽 사람인 친구는 그 흥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옴마야..무슨 수국이 바께쓰로 쏟아 부어 놓은 것 같냐....

 

그랬다. 수국은 다발다발로 축축 늘어져 쏟아 부어 놓은 듯이 피어 있었다. 이렇게도 큰 수국이 이렇게도 많은 수국이 있을 수 있구나. 친구와 그 수국을 보며 놀라워 했던 것이 5월 이맘 때인 것 같은데, 내가 착각한건지 올 핸 좀 늦은 것인지 이제 필락 말락 꽃송이가 벌어지고 있다. 일주일 후면 한참 피기 시작하는 이쁨이 2주일 후면 지기시각하는 질펀함이 섬의 해안길을 수놓을 것 같다.

 

부산 바닷가에 있는 어느 절의 입구에도 일본에도 흐드러진 수국길이 많은데,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에도, 책의 곳곳에도 배경에 수국들이 보인다. 나는 그런 배경 하나 때문에 영화가 더 재밌고 책도 더 정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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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2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리 2016-05-22 21:47   좋아요 1 | URL
수국 정말 예쁘네요:-) 더운 건 싫지만 봄, 여름의 초록과 화사한 꽃들에겐 당할 재간이 없어요ㅠ

2016-05-23 18:59   좋아요 1 | URL
네 시절이...하 좋으니 꽃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