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질투의 독화살로 자신의 심장을 겨냥한다

 

 롤랑 바르트가 말한 것처럼, 자신을 네 번 죽이는 질투는 사랑한다면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사랑 속에 깊숙이 묻힌 이글거리는 폭발물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면 질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함께 있지 않은 시간을 질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두면 질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있다고 해도 그 사람 마음에 다른 것이 끼어들면 질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나와 만나기 전, 과거의 시간을 질투한다.

 "과거가 뭐가 중요해?"라고 하면서도 그 과거에 대한 질투 때문에 아파한다. 아파하다 헤어지면 그나마 낫다. 아파하다가 결국 그 폭발물을 터뜨려 사랑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이야기가 있다.

 현대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줄리언 반스는 <플로베르의 앵무새>,<내 말 좀 들어봐>등의 소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초기 대표작인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은 질투가 빚어내는 파멸을 담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그가 그녀를 만나기 전, 그녀가 보낸 세월까지 질투하는 남자 그레이엄, 그는 40년 가까이 소위 '범생이'로 살아왔다. 오직 연구밖에 몰랐고 공부밖에 몰랐다. 예쁜 딸과 아내를 둔 모범적인 가장이기도 했다. '몸은 뇌를 저장하기 위한 컨테이너 박스와도 같다'고 생각하던 그는 15년의 결혼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바람을 피워 본 적이 없다. 돌출 행동을 한 적도 없다. 186쪽

 

이런 글을 읽으면, 사랑이 하고 싶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책을 읽고 싶어진다. 그 지독한 사랑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뇌만 있고, 마음 따윈 없었던 것 같은 일탈을 모르던 사람이, 마음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현상은, 철처한 절제의 기제가 작동한 것 처럼 같은 방식으로 빠져 나올 수 없는, 지독한 사랑에 중독되어 버린. 가능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madhi(眞我) 2016-03-31 09:09   좋아요 0 | URL
자기가 어떻게 되든 이미 상관없는 게 그런 사랑 아닐까요. 결국 파멸에 이르더라도 그것만이 중요한, 어찌할 수없는 마음.

2016-03-31 09:13   좋아요 0 | URL
네 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마음. 내가 이미 주인이 될 수 없거나 주인이 되어지지 않는 마음. ㅎㅎ 뭐라고 하는 건지 원..ㅎㅎ 아침부터 횡설수설 입니다. 줄리언 반스는 읽고 싶은 작가 중의 한 명이어서 조만간 시작하려고 해요..좋은 하루 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