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머리에 흰머리가 보이면 그렇게 싫었다. 염색 시기를 조금만 놓쳐도 허연 머리가 다발로 보이는 것이 당혹스러웠다. 거울을 대충 보기에 내 머리에 흰머리를 발견하지 못해도 친구머리는 잘 보이는 탓도 있었다. 아직은 내 눈에 여고생 같아 보이는 친구가 저렇게 흰머리를 얹고 있으니 엄마 늙는 것이 싫은 것 처럼 친구 늙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기 싫은 탓도 있었겠다.
암튼 친구에게 빨리 염색을 하라는둥 너무 보기 싫다는 둥 잔소리를 다발로 해대었다. 한 때 나도 흰머리가 눈에 띄면 자신감 급감, 되도록 빨리 염색을 하러 달려가곤 했었다. 그런데ㅡ 요즘의 나는 미장원에 안간지 4개월이 넘어 커트머리가 제대로 길었고, 염색도 그만큼 안했으니 흰머리가 다발로 눈에 띈다. 무슨 심경의 변화인지, 요즘은 흰머리가 보이는 게 좋다. 흰머리가 더 많이 났음 좋겠다. 이정도로 성에 안찬다. 흰머리야 더 많이 나거라.
무슨 책을 걸지?하고 잠깐 생각하니 떠오르는 책이 바로 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