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나는. 늘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연극배우 되기. 정도는 아니고, 연극 한 번 해보기였다.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금붕어 역할을 한 이후로 내겐 그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삼십대 중반까지도 취미 삼아 놀러 다니는 정도의 동네 아줌마극단 같은 건 없나, 찾아 보곤 했었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 보지 않았던 건, 정말 그런 극단이 있는 경우 보나마나 허구헌 날 연습한답시고, 새벽에 귀가하는 내가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뭐 딱히 주부나 엄마가 되었던 것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스스로를 나름, 단속하고 살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그 어떤 허영심, 욕망 같은 것은 단속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잊었을 뿐 늘 내 안에 있었던 듯. 그래서 그런 마음들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책이 더 재밌고, 그림이 더 보고 싶고, 여행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고, 어떤 공연 속의 대사 한 마디, 표정하나가 더 다가 오는 것 같다. 문장 하나, 그림 한 점, 풍경 한 컷이 눌러놓았던 그 욕망들 때문에 더 아프게 더 아름답게 더 쫄깃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생각한다. 눌리키는 것, 눌러 놓는 것에 대해 그렇게 억울해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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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2-26 11:02   좋아요 1 | URL
오오~~~기회가 닿았으면 연극배우의 쑥님을 접했겠어요?^^
아닌가?너무 유명해지셔 어쩌면 쑥님을 이곳에서 못뵈었을 수도??ㅋ

금붕어 이후로 배역을 맡지 못하신 것은 실로 유감스럽군요ㅜ
갑자기 우리 딸 한 명이 유치원 학예회 뮤지컬때가 생각나네요
토끼와 거북이 였었는데 토끼3이라더라구요?
3이란 숫자가 좀 의심스럽긴 했지만 토끼 주인공을?하면서 보러 갔더니 대사하는 진짜 토끼는 따로 있고 곁에서 토끼 세 명이 주인공 토끼의 극한 대사 때마다 만세!하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춤 추는 역할이었어요^^
그래도 딸은 좋아라~~집에서도 문 걸어 잠그고 지금도 연극연습을 하곤 하더라구요^^

2016-02-27 00:36   좋아요 0 | URL
그때 4학년 언니야가 예쁘게 입을 뻐끔 거리는 법을 지도해주곤 했어요. 열심히 따라 했던 기억이^^;; 대사는 없었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