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나는. 늘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연극배우 되기. 정도는 아니고, 연극 한 번 해보기였다. 초등학교 학예회에서 금붕어 역할을 한 이후로 내겐 그 기회가 오지 않았지만, 삼십대 중반까지도 취미 삼아 놀러 다니는 정도의 동네 아줌마극단 같은 건 없나, 찾아 보곤 했었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 보지 않았던 건, 정말 그런 극단이 있는 경우 보나마나 허구헌 날 연습한답시고, 새벽에 귀가하는 내가 상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뭐 딱히 주부나 엄마가 되었던 것 아니지만 어쨌든 나는 스스로를 나름, 단속하고 살아서 여기까지 왔다.
그래도 그 어떤 허영심, 욕망 같은 것은 단속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잊었을 뿐 늘 내 안에 있었던 듯. 그래서 그런 마음들이,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들이 모여, 책이 더 재밌고, 그림이 더 보고 싶고, 여행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같고, 어떤 공연 속의 대사 한 마디, 표정하나가 더 다가 오는 것 같다. 문장 하나, 그림 한 점, 풍경 한 컷이 눌러놓았던 그 욕망들 때문에 더 아프게 더 아름답게 더 쫄깃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생각한다. 눌리키는 것, 눌러 놓는 것에 대해 그렇게 억울해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