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글.사진 / 목수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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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단 번에 '제목 참 잘 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사는 나무'라..제목에서 부터 작가의 마인드가 느껴진다. 나무는 나무, 나는 나가 아닌 내 친구 나무 같은 느낌. 표지가 감각적인 것처럼, 글솜씨도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모두 감각적이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숲해설서 같은 나무이야기가 아니라 동네 친구랑 마실 나가서 수다처럼 고시랑고시랑 얘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언젠가 '내가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어떤 강의를 듣는 와중에 숙제로 주어진 질문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쓰기로서의 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숙제니까 하고 열심히 궁리를 해 보던 중에, 이런 제목이 떠올랐었다. '서울의 가로수' 그래, 서울의 가로수에 대해서 책을 쓴다면 기쁘게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그만 둔지 오래인데, 왠지 이렇게 신속하게 쓴 것 같은 잘 빠진 책의 첫 장에서  '길가 사는 나무'라는 문맥을 보니 반갑고 즐거웠다. 가로수 라는 판에 박힌 단어 대신, 길가 사는 나무라니..신선했다. 이렇게 이 책은 '길가 사는 나무','궁궐 사는 나무','공원 사는 나무' 세 장에 모두 28종의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국립현대미술관 앞의 '비술나무', 여의도 공원의 '피나무'는 내가 특히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는데, '오래 된 비술나무의 둥치엔 막걸리는 부어 놓은 듯 선명한 흰 띠가 있다' 라니 재밌고 눈으로 확인하고픈 궁금증이 일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눈에 바로 띄는 비술나무를 좀 더 눈여겨 봐야겠다.

 

피나무는 몇 년 전 살 던 집 테라스 앞에 떡 하니 자라고 있던 나무이다. 열매 위에 날개가 달린 독특한 모습 때문에 도감을 뒤지고 또 뒤졌건만 정명을 결국 찾아 내지 못하고 감만 잡고 있던 나무인데 왜 정명을 찾기가 어려웠는지 이 책에 답이 있었다. '피나무과의 피나무, 찰피나무, 염주나무, 보리자나무는 구분이 잘 안되는데, 붕어빵처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전문가들도 구별이 힘든 피나무 형제들을 보고 또 보고 사진만으로 구분을 하려고 했으니 찾아질리가 없었던 것. 봄에 새잎이 유난히 눈부시고, 열매의 모양 또한 특색이 있어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피나무. 사진을 부분 부분 잘 찎어 놓아서 더욱 잘 구분이 되었다.

 

간단한 서울 여행기라고도 할 만하고, 심플한 도감이라고 할 만한 <서울 사는 나무>가 아침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이제 여름 열기가 빠져 나간 자리에 바람이 불고, 나무들이 예쁜 옷을 갈아 입을 차례가 되었다. 나무 책들에 더 자주 손길이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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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가 사는 나무. 좋네요.
담아가요 쑥님^^ 고니도 지나가나봐요. 비 그치고 차분한 거리입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