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달'의 책이 다 이쁘듯이 출판사 '나무 수'의 책들도 그렇다. 그 중의 최고봉이 <보통날의 파스타>가 아닐까 한다. 그냥 꽂아두고 책등만 보아도 맘이 환해 지는 책 <보통날의 파스타>.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박찬일 쉐프의 글을 처음 만난 것은 어느 미용실에서 였다. 잡지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읽은 칼럼이 마음이 쏙 들어왔다. 이 사람 글을 참 잘 쓰는구나 하고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검색을 했더니 마침, 그는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를 막 출간하고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북토크를 앞두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북토크에 참석하고 책을 두 권 사왔다. 달달한 파스타 이야기나 듣지 않을까 하고 간 북토크에서 그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운영기라고나 할까 느린 음식을 지향하는 그가 그의 방식대로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망한 이야기였다. 입담이 걸죽했다.  새벽마다 시장에 간다는 그가 왠지 같은 종류의 인간일 것 같았다. 자고로 요리란 제철의 신선한 재료가 기본이 아니던가. 다시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주점을 하겠노라던 그는, 얼마 후 이태원에 주점을 개업했다. 아니 개업한 줄 알았다.

 

 날을 고르고 별러 어느 비오는 월요일 아침, 나는 그 이태원 주점겸 파스타가게에 갔다. 주말의 번잡함을 씻어 버리기 위한 혼자 식사를 위해서였다. 첫 손님이었다. 혼잡한 것이 싫어 일부러 이른 시간을 택했다. 두 면이 유리로 된 쫍질한 건물이었고, 비는 오지게 내렸고, 나는 와인 까지 한 잔 시켰다. 그리고 주문한 고등어 파스타가 내 앞에 놓였는데, 플레이팅이 눈에 거슬렸다. 하얀 파스타 접시 가장자리에 작은 고등어 조각이 하나 튀어 있었다. 그 조각은 마치 파스타를 접시에 내팽개친 듯한 느낌을 주었고, 맘이 팍 상했다. 맘 같아선 그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고 싶은 걸 꾹 참았다.  본전 생각이 나서 파스타를 꾸역꾸역 먹다가 와인까지 쏟고 말았다. 피 같은 ...

 

 아마도 그 때 박찬일 쉐프는 고용 된 쉐프였고 월요일 이른 시간에 출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영업시간이 시작되길 기다려 주문을 한...)너무 이른 시간에 찾아가 파스타를 주문했고, 그 때 주방에 있던 쉐프는 내키지 않은 요리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박찬일 쉐프가 싫어졌다. 짝사랑만 하다가 하지도 않은 프로포즈를 거절 당한 느낌이랄까. 본인은 알지도 못했던 상황 때문에 나는 박찬일 쉐프에 대한 이미지가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런 부분도 그가 관리했어야 옳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인이 없었던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라니..짝사랑은 대책없이 무모하다.

 

그리고 소심한 복수를 시작했다. 모아 두었던 그의 책들, 실상은 박쉐프의 책이라 모은 것이라기 보다, 이탈리아 요리책이라서 모았다고 봐야 겠지만 아무튼 그의 책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지인들에게 선물했다. 그 때 그 접시의 고등어 한 조각처럼 내팽개친다는 심정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는 책이 <보통날의 파스타>다. 박찬일 쉐프에 대한 짝사랑은 멈췄지만, 고등어 파스타에 대한 미련은 계속 되고 있는 까닭이다.

 

 어느 좋은 날.

 제주 동문 시장에서 물 좋은 고등어를 살 것이다. 언제가 되었던 그 때 제주의 제철 채소들을 듬뿍 넣고 고등어 야채 파스타를 만들어 먹을 것이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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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5-07 08:09   좋아요 0 | URL
보통날의 와인,도 있는데 이번엔 파스타군요. 맛깔난 글을 쓰는 쉐프 박찬일 ^^ 고등어파스타는 저도 그맛과 비주얼이 궁금해요.

2015-05-07 08: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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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7 0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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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7 08:27   좋아요 0 | URL
몇년전 책이에요.고등어파스타는 언제 한 번 같이 먹을
기회가 되려나요? ㅎㅎ

2015-05-07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07 08: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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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7 18: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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