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 한 잔, 안주 한 접시 - 사케바의 낭만을 집에서 즐기다
김정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이거 저거 뭔가 아주 잡다한 일상이 짜증난다. 정확히 말하면 일상이 아니라 내면이겠지만. 읽어야 할 책들 사이에 <사케 한 잔, 안주 한 접시>를 일부러 끼워 놓았다. 혼자 식사로 '안주 한 접시' 만한 것은 없다. 문제는 읽어야 할 책들 틈새에 잠깐 보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손이 가는 데 있지만. 그래도 지친 내면을 달래주기에 안주와 술만한 것은 없지 않은가. 책도 있다구..? 그건 기본이지. 그래서 한 잔과 한 접시의 조합이 책에 담긴 것은 최고라고 할 밖에.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면, 역사까지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맥주와 커피책들도 꽤 읽은 편이다. 사케도 어떤 원료로 어떤 제조법으로 만들어지는지, 종류는 어떤 것이 있는지 이런 궁금증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정도 단순한 호기심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결해줄 수 있다는 듯이, 아주 구체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책의 앞머리에 실어두었다. 도표가 많아서 언뜻 보면 전공서적 같기도. 단순히 종류나 음용법 정도가 아니라, 쌀, 물, 효모에 대한 아주 자세한 정보들은 읽을수록 만족감을 주었다. 외에도 사케 테이스팅, 라벨 읽기등의 꼭지도 흥미로운 요소들이었다.  '깐깐물, 사케 양조의 필수 항목'의 부분을 보면 이런 식이다.

 

일본의 지형은 거의 대부분이 산지이고, 연간 일정량의 비가 내린다. 지표에 스며든 비 또는 눈은 강으로 모여 바다로 빠져나가는데, 그 동안 땅이 천연의 필터가 된다. 물이 땅에 스며든 다음 여과되고 지층을 이동하고 잔류하는 사이에 토양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량 미네랄 성분이 녹아든다. 이런 지하수는 칼슘, 인, 마그네슘 등의 유효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사케 양조에 적합한 주조용수로 사용된다. 그래서 주조용수는 수도의 수질 기준에 준하지만, 수돗물보다도 기준이 높고 철, 망간에 관한 기준치는 수도법보다 훨씬 엄격하다. p17

 

'향기와 맛으로 분류한 사케의 네 가지 타입'에 따라 안주들을 소개하였는데, 향기가 진한 쿤슈와 주큐슈, 향기가 연한 소슈와 준슈가 그 타입이다.  우리나라 사케집에서 흔히 보는 준마이슈는 준슈에 속하는데, 맛이 진하면서 향기는 연한 타입에 속한다. 한 접시의 안주들은 네 가지 타입별에 어울리는 안주들도 나뉘어져 있고, 마지막에는 간편한 식사류-오차즈케, 야키우동등-을 소개한다. 향기가 진하면서 맛이 엷은 큔슈에는 시샤모춘권이나, 고추냉이소스 낙지 같은 안주가, 향기가 진하면서 맛까지 진한 주쿠슈에는 굴나베나 가지미소구이 같은 담백한 안주가 어울린단다. 준마이슈는 일본식 어묵탕이나 곤약다시마조림, 토란 닭고기 조림, 마파두부등과 어울린다.

 

이 책에 나오는 요리들만 익혀서 사케집을 열어도 왠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마디로 술집 차리고 싶은 책이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허구헌날  안주 만들어 술 마시고, 책 따윈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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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2015-04-2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술집 가고 싶을 것 같아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