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는 달리 비수기가 아님이다.
바람소리는 왜이리 황량한지.
4인이 쓰는 도미토리룸을 혼자 차지하고 있으려니
청승도 이런 청승이 없다.
서가를 보니 땡기는 책 몇 권이 있긴한데,
손이 가지 않고
챙겨온 자수 거리를 꺼내놓고 봐도
밤이 너무 길 것 같아 동네 마실을 나왔다.
밥 생각도 없고 김치 한 보시기에 소주나 한 잔 할까 하는데
불 켜진 식당이 있어
들어가려다보니 영업시간이 오후 3시까지다.
읭? 오전 3시 아니구? 맙소사.
들어오는 길에 제주시장에 들러
소주랑 안주거리를 좀 챙겼어야 했는데..
도로라고 차들이 안다니니 인도인지 도로인지 모를길을
더듬더듬 걷다보니
모퉁이에 호박죽이란 간판이 보인다
여지가 없어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메뉴가 호박죽, 커피다
호박죽요...해놓고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한 마디를 보탠다
혹시...소주...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