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일홍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번 여름을 보내면서 백일홍에 빠졌다. 백일홍은 이번 여름이 내게 준 선물이다. 상록수 몇 그루가 고작이던 아파트 화단에 어느 분인가가 씨를 뿌려서 백일홍이 여름 내내 피고 졌다. 그리고 우리가 보는 백일홍꽃이 한 송이가 아니라 실은 그 안의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집합체라는 것을 알고 더 신기하여 눈여겨 보게 되었다.
화단에 있던 백일홍은 분홍색 한 가지 였는데, 우연히 밥집 앞에 무리지어 핀 백일홍을 보고 더 홀딱 반하게 되었다. 무리지어 핀 꽃들은 정말 탄성을 자아낸다. 봉평의 메밀꽃과 함평의 석산- 석산은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진으로만 봤을 뿐- 한 송이 한 송이의 어여쁨도 귀하지만 무리지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사람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혼자 있을 땐 내 안의 여러 모습들을 조화롭게 다스리고 여럿이 모였을 땐 무리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그렇게 살고 싶다. 저렇게 어여쁜 백일홍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