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시간표 보림문학선 1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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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리뷰>

학교 생활에서 아이의 심리, 학교 주변과 학교 사물, 학교에 관련된 사람들이 이야기거리가 된, 짧은 환상이야기 모음. 일본 소설 특유의 감각적인 느낌들이 가볍게 읽히지만, 가벼움을 넘어서는 무게감이 있는 내용이다. 전학년용.

<긴 리뷰>

오카다 준의 작품은 뽀아뽀아가 가져다 준 행복을 첨 읽었다. 그 다음은 방과후 비밀 수업 그리고 신기한 시간표가 마지막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다고 느낀것은 뽀아뽀아다. 뽀아뽀아가 재밌다고 한 것은 작품의 질로 평가했다기 보다는 개인적인 취향에 맞아서이다. 뽀아뽀아와 방과후 비밀수업은 작가가 삽화를 직접 그렸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재주가 부럽다고 느꼈다. 그리고 신기한 시간표를 읽었는데 표지를 보고 작가가 직접 안 그려서 약간 실망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을 수록 이야기와 삽화가 한 작가의 그림처럼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특히 첫 페이지에 나오는 그림...

그럼 첫번째 이야기인 '다섯 번째 안녕과 첫 번째 안녕' 이야기를 해볼까...큰 아이가 처음 학교에 갈 때가 생각났다. 부모로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싫어서 무지 심란했다. 학교를 거쳐서 어른이 된 나에게 학교는 내 아이를 보내기 싫은 곳이 되어 있었다. 특별히 학교에 대한 좋지 않은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유가 뭘까...학교는 자유로운 본성을 가두는 곳, 굴레, 억압의 상징 같은 존재였다. 그런 곳에 아이가 다녀야 한다는 것이 참 막막하고 싫었다. 아이도 실체를 모르긴 하지만 그런 막막함이나 낯섬으로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헐레벌떡 학교로 달려가는 다케시. 이번 주 목표가 떠올랐다. '다섯 명 이상하고 아침 인사를 하자'. '목표' 억압의 다른 이름이다. 그 억압은 아이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억압이 억압이라 느끼지 못한 채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간절함은 어항 속의 금붕어가 말을 하게 만든다. "안녕" 같은 시간 다른 반의 사나에 역시 마찬가지다. 목발을 했기 때문에 운동장 조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나에는 교실의 앵무새와 인사를 나눈다. "안녕!"

아이들은 신화적인 존재라는 말이 잘 적용된 예를 본 것 같다.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기적들 중의 하나는 자신을 누르는 억압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그것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외롭고 약한 존재가 어떻게 사회적 관습이나 제도를 억누르겠는가...다만 극복할 따름이다. 환상적으로...그런데 그 환상은 아이의 내면을 강하게 만든다.

두번째 이야기인 타일 고양이는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이야기다. 초록이와 까망이의 이야기. 지금 6학년인 큰 아이가 2학년 때 일이다. 선생님이 자기에게 심부름을 시킬까 봐 무섭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는 2학년 때 전학을 와서 학교의 부속실을 제대로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나라도 아이 손을 잡고 학교 건물을 다니면서 두려움을 없애 주었을 텐데...그 땐 아이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지금 미도리를 보니 그 때의 우리 아이가 생각난다. 어른 들에게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아이에겐 엄청난 공포일 수 있다.

지우개 도마뱀, 마법사 할아버지, 카레라이스, 돌멩이,를 지나서 꿈꾸는 힘 이야기를 해보자. 이 이야기는 제목부터가 매우 의미 심장하다. 또 여러 갈래로 해석 될 여지가 많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남자아이들의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하려고 한다. 어느 오후에 과학실 집기 들이 모두 파손 되었다. 자율학습 시간에 꿈을 꾸던 신이치가 꿈속에서 그렇게 한 것처럼 되어있지만 느낌은 아주 현실적이다.여기에서 꿈꾸는 힘이란 상상력을 이야기하지만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니 그 만한 나이의 아이들의 분출하지 못하는 에너지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예전에 티비에서 환상열차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이 꼭 그런 느낌이다. 환상적인 에피소드가 기차처럼 연결되어서도 그렇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허무맹랑 황당무계하지 않고 현실의 아이들의 약한 점이 투사된 그런 이야기들이어서 그렇다. 그래서 환상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게 만드면서 묘하게 생각거리를 던진다. 그리고 비단 아이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에 소속된 여러 사람들에게 시선이 고루 가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간미가 느껴진다. 학교 경비원, 은퇴할 선생님, 식당 아주머니, 전학 온 아이, 지나치게 소심한 아이, 행동이 느린 아이, 지각하는 아이...단체 생활에서 소외 되기 쉬운 이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란 점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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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너머 2004-06-06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시간표>도 일본에서 나온 원래 책은 오카다 준이 그림을 그렸답니다. 그런데 국내에 소개하면서 출판사에서 그림을 새로 그려 넣었나 보네요.

2004-06-06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려려니 짐작은 했지만, 정말 그렇다고 하니 그 책도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