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아침잠이 부족해서인가 정신이 다 혼미한 가운데 무심결에 보관함을 열어 보았더니
맨 위칸에 담겨있는 저 음반 소개란에 '판매중'이란 단어가 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 동안 눈에 잘 보이라고 맨 윗자리에 올려 놓았지만 새로 수없이 생성되는 보관물품 때문에
어느 사이엔가 보관창고 속으로 파 묻히기를 몇 번인가 거듭하였다.
그러다 생각나면 다시 꺼내 먼지를 털고 맨 위에 보기 좋게 진열하곤 하였는데
어제는 저 물건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이게 왠 떡이냐 싶은 것이 '내 돈주고 횡재한 느낌'이었다.
재작년 겨울,
한 200장을 목표로 클래식 음악 다시 듣기를 돌입했지만 요즘은 그것도 벌써 시들해져서
거듭해서 듣는 일이 번거로워지고, 해서 새 음반이 출시되었다 해도 이걸 구입해서
얼마나 듣게 될까 생각을 하다보면 사는 행위조차 시들해진다.
물론 아직 가지고 싶은 음반들은 수두룩하게 널려 있지만 그렇다고 다 소장할 순 없는 일.
일단 한 장에 33,600원씩 하는 비싼 것들을 수집 대상에서 제외하다보니
요즘은 뭐 이렇다 할 만하게 사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러나 목에 가시처럼 걸린 단 한 장의 음반이 바리톤 레나토 브루손의 토스티 가곡집이었다.
그래서 수 없이 많은 손품을 팔고서 겨우 오늘에야 구입주문을 넣었으니
시간으로 치면 한 18개월 동안 허송세월한 꼴이다.
내가 진정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이었다면 Goldberg Variations을 몇 장 더 구입하였을 것이나
있으면 좋고 없으면 말고 수준이다 보니 이런 음반들에는 손품을 팔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오늘이 공식적으로 애착음반에서 손터는 날인 셈이다. 2006. 6. 7
오늘은 서울국제도서전 마지막 날이다.
내 서재의 중요한 목록들은 오래 전 이 장터에서 구한 것들 인데
도서전을 감안해 한편으론 일년내내 사들일 책의 목록을 수첩에 꼼꼼히 적고,
또 한편으로는 구입할 책 비용을 장만하는 것으로 연중행사인 코엑스行 준비를 완료 한다.
그래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 한길사 김언호 사장과 지식산업사 김경희 사장이 있다.
내가 적은 수첩을 본 한길사 김사장은 잡지 리브로 독자소개란에 한 번 싣자고 이야기하였다.
그런 가운데 구한 책으로 기억나는 것이 장정이 아름다운 '함석헌전집' 과 '한국사전집' 그리고
지금은 절판된 민음사판 '박종홍전집'등이 있다.
그러니까 지금은 엄두도 안나는 일이지만
거창한 발품을 팔아서 내 서재의 콜렉션을 하던
그 화려한 초 여름 날들은 모두 모두 날아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