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 구입한 MP3 이야기입니다.
법정스님이 말씀하신 무소유의 정신에 부끄럽게도 저에게는 이미 두 개의 MP3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새로 저 놈으로 하나 더 장만하였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이 기기속에 음악파일등 내용을 수시로 바꾸어 감상하며 물건값 이상으로 잘 사용하지만,
매번 새로 들을 만한 음악파일도 없고 USB포트에 연결하여 내려받기하는 일도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어서 사용 초창기에 한 번 꽉 채운 내용물이 거의 그대로 담겨 있는 셈입니다.
어학공부 명목으로 처음 무소유 정신을 훼손했을 적에는
요번에 열심히 들어 기기속 내용을 자주 바꾸어 들으리라 작정했으나
듣는다고 다 머리 속에 입력되는 공부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해서 처음에는
계속해서 듣고 듣고 계속해서 듣다가, 듣고 듣고 한참쉬어 듣다가, 듣다 듣다 띄엄띄엄 듣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물건들을 구매할 때 결정적인 구매동기로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대형할인점 광고지에서 발견했다는 점.
사실 말이지만 세상에 이 제품이 나오던 처음보다 값이 많이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쓸만한 대용량의 MP3는 거금이 드는 비싼 물건이란 사실입니다.
돈만 많다면야 처음부터 수십기가짜리로 하나 척 장만해서 이런 저런 고민없이 사용했겠지만,
빈 호주머니 사정으로 처음에 내가 만난 것은 256메가 아이리버 제품이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128메가 제품도 많이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그리 저용량이란 생각도 안 들었는데
사람 욕심이란 게 끝이 없어서인가 사용하다보니 조금만 채워 넣으면
막대 바가 256메가 제한선을 훌쩍 넘어가 버리던 참에 또 그 놈의 광고전단지가 눈에 들어오고...
그런데 두 배의 용량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처음 산 것의 반 가격도 안되는 놈이 등장하였던 것입니다.
두번 째 기기를 장만한 후 순식간에 파일이 채워진 것은 물어보나마나 한 일이고.
이번에 구입한 저 놈을 들고 가격비교싸이트에 가보니 내가 구입한 가격이 그리 높지 않지만
대용량과 고품질을 구입하려면 아직도 아직도 비싸서 그림의 떡 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이 물건을 자랑하기 위해 이 구입전말기를 쓰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놈의 물건을 사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이 전의 경험으로 컴퓨터에 연결하면 쉽게 사용할 수 있겠지 하고 USB포트에 연결하였더니
알 수 없는 장치가 발견되었다는 말풍선이 뜨고, 문제점 해결을 위해 버튼을 클릭하라 해서 따라해보니
아, 글쌔! 빌게이츠네 윈도우가 인식하지 못한답니다.
일단 고객센터에 등록하고 전화하였더니 토요일에는 기사가 안나오니
그 시간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친절하게 월요일에 먼저 기사가 전화준다고 하더군요.
저에게 남아 있는 미덕 하나가 무작정 기다려 주는 것이라 하루종일 꾸욱 참았습니다.
전화를 내 쪽에서 먼저 걸지 않았다면 아마 화요일도 날 샜을 겝니다.
어렵게 연결된 고객상담원의 목소리는 미안해 죽겠다는 말투였지만 이어 받은 기사의 AS내용은
MP3는 이상이 없으니 구입한 컴퓨터 업체에 알아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컴맹의 특징은 기사선생님들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이어서 바로 업체 고객기술상담센터에 전화.
그러나 제 컴퓨터 화면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기사님의 신기를 구경하고도 결국 들은 이야기는 컴퓨터에는
이상이 없으니 MP3업체에 다시 알아보라는 말씀이어서 여기부터 열이 살살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내가 뭐 탁구공인가 코트 양쪽을 왔다리갔다리하게
그러나 어쩌겠는가 약한 자여 그대이름은 소비자 아닌가."
결국 알려준 지역 AS지정점에 몸소 행차하여서 기기의 이상유무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이상이 없다고 컴퓨터 상담센터에 그간의 사정을 보고하니 그 때서야
자기네는 할 수 있는 짓을 다 했으니 출장써비스를 받으랍니다.
누구는 그것을 몰라 여태껏 안 받았나. 문제는 웬수같은 돈이 문제지.
친절하게 말도 안꺼냈는데 제가 사는 동네의 서비스센터에서 출장받는 시간까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내가 저 물건을 사는데 든 비용은 109,000원
출장서비스를 받는데 들 비용이 아마도 한 30,000원 정도는 청구하겠지요.
이게 다 무식한 죄값 아니겠습니까.
마침 다음날이 선거일이어서 그날도 가능하다고 곧바로 전화온 서비스맨의 친절을 무시하고
일박이일로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이런 경우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로 동네 개도 다 웃을 일이라
제가 아무리 컴맹이지만 이번에는 까막눈으로 좀 해결해보자 결심하였지요.
해서 포탈싸이트에 가서 검색해보니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고민남, 고민녀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분명 업체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 틀림이 없는 일이지요.
꼼꼼히 검색해보고 시키는대로 마트에 가서 USB연결기를 하나 구입해서 뒤쪽에서 연결하니
만사가 오케이. 십년묵은 체증이 싹 내려갔다는 사실.
이 제품을 사려는 분들에게 말리고 싶은 이야기 또 하나.
이 제품의 사용프로그램을 깔기 위해 YES버튼을 누르다 보면
나중에 내 컴퓨터에 있는 기존의 파일들이 지네들이 만든 파일이름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도장찍고 빰맞고. 이런 처사 아니겠어요.
물론 이전의 파일들도 기존의 회사 작품이겠지만 컴맹들은 이런 경우 한 번 더 놀랩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구...
이어듣기위해 모두선택해서 들으려 하니 컴퓨터 상에서 오류가 나더군요.
말은 친절하게 모두듣기를 선택하면 컴퓨터가 느려질 수 있다고 설명해 났으나
전에는 한꺼번에 듣기가 잘 되었는데 왜 안되는 겁니까.
물론 찾았보면 좋은 점도 있겠으나 마음에 안 들어서
고객서비스 질문서에 냅다 이렇게 적어주었습니다.
"다시는 사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