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처도 이렇게 가고

지금 부처도 이렇게 가니

오는 것이냐 가는 것이냐

청산은 우뚝 섰고 녹수는 흘러가네

어떤 것이 그르며 어떤 것이 옳은가

쯧쯧 ㅡ

야반삼경에 촛불 춤을 볼지어다.

                                   ㅡ 경봉스님 열반게 ㅡ

 

"스님 가신 뒤에도 스님을 뵙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스님의 참모습입니까?"

상좌 명정이 슬픔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조용히 미소를 머금고 주위를 둘러보던 경봉스님은 잠시 침묵을 한 후 입을 열었다.

"夜半三更에 대문 빗장을 만져보거라."

 

마치 옷을 갈아입듯이 이승의 인연을 접으신 경봉스님의 법구를 다비장에 안치하고

점화를 한 후 1 시간여쯤 되었을까,  갑자기 영축산에 시커먼 먹구름이 일더니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뇌성벽력과 함께 양동이로 물을 쏟아붓듯 폭우가 내렸다.

 

이쯤에서 기억되는 것이 성철스님의 다비식 장면이다.

그때도 분명 늦가을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법구위에 계속 쏟아지던 빗줄기였다.

 

대선사들이 이승을 떠나던 밤에 있었던 放光소식과 더불어 반복되는 광풍속 폭우 장면은

눈으로 확인을 하지 못한 후대 사람들에게는 틀림없이

소위 큰스님의 威儀를 표시하기 위한 소설장치로 읽히기 쉬울 것이다.

 

전에 읽은 고승들의 평전과 전기 속 이야기들을  나 자신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나

지금 이순간 되집어 보고 있다.

신화인가, 역사적 사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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