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Red Hunt' 조성봉 감독의 우중지리행


우중지리행 雨中智異行 - (11월14일-15일)







<지리산비가悲歌>



순천동부지역사회연구소에서 만든 비매품음반에 수록된 곡이다.

반가웠다. 하지만 좀 실망스럽다.

원곡의 처연하지만 가슴을 찌르는 송곳 같은 그 무엇이 빠져있다. 편곡도..



지리산 남부군 문화유격대 문화부장 최순희씨가 만들고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다.

여든이 넘은 그녀가 피아노를 치며 이 노래를 부른다. 울면서 부른다.

나에겐 노래라기 보단 절규로 들렸다.



그녀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평양에서 카르멘공연을 할 때 카르멘역을 맡았다. 전쟁 후 지리산빨치산이 되었다.

-이태의 <남부군>엔 최문희로 기록되어 있다.







11월 14일 07:25



노고단 가는 전망대에서 화엄사골짜기를 바라본다.



피아골대피소 산장대장 함태식선생이 쓴 책

“그곳에 가면 따뜻한 사람이 있다”에 이런 글이 있다.



<1986년 10월.. 새벽녘이 되어 섬진강의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하자

최순희씨는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했다. 화엄사 집선대를 오를 때까지도 울었다.

그리고 노고단에 올라와서는 꼭 혼이 나간 사람처럼 온 산에 대고 절을 했다.

나는 그들을 맞아 노고단 정산에서 위령제를 지냈다. 그녀는 축문을 읽으며

사시나무 떨듯 전율했다.



그녀는 노고단 정상에 뜨거운 커피를 뿌렸다.

빨치산들이 커피를 즐겨 마셨는데, 죽어가면서도 커피 한잔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정말 혼이라도 있는지, 노고단의 붉은 땅에 뿌려진 커피가

금세 땅 밑으로 스며드는 듯 했다.>





07:26 화엄사골 차일봉 능선





07:26 화엄사골 월령봉 능선





07:28



추룩추룩 초겨울비가 내린다. 다행히 바람은 아직 자나부다.

나의 우중지리행 이렇게 시작되었다.

철학,미학을 강의하는 그녀,

다큐 제작하는 ‘빨간눈사람’의 빨간경순과 동거녀(완전 꼴통-나의 기준)과 카메라우먼 세영, 

명함에... 웃자! 뒤집자! 놀자! feminist journal IF 라 적혀 있는 ‘들개’ 그리고 얼빠진 정화.

사진을 거부하는 다큐팀 ‘오색곰팡이’의 원석.







09:27 노고단 고개



노고단 정상부는 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돼 있다. 광의, 산동, 곡성방향을 바라본다.

이성부시인의 지리산 연작시 한편...



      좋은 사람 때문에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고인 물웅덩이에 안개 깔린 하늘 비치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이 쳐다보거나

하는 일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감기에 걸릴 뻔한 자유가

그 좋은 사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안다






09:51



좌측으로 심원계곡과 만복대 세걸산 바래봉이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보인다.

심원계곡은 달궁계곡을 거쳐 뱀사골물과 만나 이후 엄천강을 이룬다.

같은 계곡물이지만 심원은 전남이고 달궁은 전북이고 엄천강은 경남이다.







10:05



멀리 우리가 가려는 천왕봉이 보인다.





10:17



돼지령 부근..

섬진강 건너 백운산자락이 섬처럼 떠있다. 이제야 지리산의 운무가 눈에 보인다.





10:20



삽시간의 변화무쌍에 발걸음이 떼이질 않는다.





10:19



그다지 내키지 않는 산행이었다. 비 온다는 예보도 있었고 더군다나 지리산이 처음이란다.

더더군다나 종주를 하잰다.....!!!

그런데 내가 지리산자락에서 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안내자가 되어야했다.



사실 82년 쯤 종주를 한번해보고 그 후론 경험이 없었다.

물론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오르는 야간산행은 서른 번 넘게 해봤다.

하지만 오래전 일이다.



그땐 정말 비오면 비오는 데로 눈 오면 눈 오는 데로 미친 듯이 천왕봉엘 올랐다.    

한 때의 짝사랑처럼....그렇게.



행운이다. 이런 운무를 보여주다니...지리산 마고할미께 감사.





10:48



한 시간 남짓 걸은 길을 돌아본다. 구름 밑에 산이 있고 구름 위에 또 산이 있다.

구름에 비친 그림자겠지...





10:55





11:05



피아골짜기 사이로 나를 향해 곧장 운무가 밀려온다.

좌측이 불무장등 능선이고 우측이 왕시루봉 능선.





11:30



질매재를 넘어 질등 그리고 왕시루봉(1243m)




13:35



노루목 부근.. 섬진강 쪽은 여전히 운무로 장관이다.





13:36



되돌아 보니 멀리 노고단이 보인다.

그랬다. 남쪽 피아골, 화개골은 운무로 넘실거리고 북쪽 달궁, 뱀사골은

구름 한 점 없는 시퍼런 하늘이 주능선을 경계로 마주보고 있었다.





14:13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만나는 삼도봉에서...

토끼봉, 명선봉이 보인다. 화개골을 올라온 운무가 뱀사골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14:17



날라리봉 부근.. 요즘 나오는 지도책엔 삼도봉이라 적혀있다.

난 날라리봉이 훨 이쁜데.. 날라리는 좀 노는 애들을 일컫는 말이다.

북측에서는 놀새라고 한다.

언젠가 윤도현이 평양에서 공연할 때 자기를 남측 놀새라고 했던가?....

폼 잡고 앉아있는 남측 놀새들 - 빨간경순, 그녀, 들개 - 에게 귤을 미끼로 문제를 냈다.

뭐 아주 쉬운....



-지리산의 다른 이름이 여럿 있는데 아는 사람?....

이후 한참동안 새소리 바람소리만 들렸다. 결국 수준에 맞춰 객관식으로 갔다.

-다른 이름이 아닌 것은?

-1 두류산 2 방장산 3 불복산 4 봉래산

-두류산!

-왜?

-대구에 두류..뭐가 있잖아...두류산..두류공원..그러니깐..

-음...단순,무식,과격한 것들 ㅋㅋㅋ

-두류산은 백두산에서 흘러내려간 산이라는 의미로 지리산의 다른 이름임.

-답 모르는 사람 없겠죠?

이외에도 삼신산, 반역산, 적구산으로도 불렸다.-기록에 의하면.







잠시 샛길로 빠진다.



10월 31일, 11월 12일에 지리산을 왔었다.

날라리봉 오르막길을 오르기 전 묘가 하나 있다. 빨치산 무덤인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 날 같이 간 빨치산에 의하면 1950년에 이미 이 묘가 있었단다.

묘 부근에서 묘향대쪽으로 가는 길이 있다.







사정상 자세한 위치는 말 할 수 없다. 반야봉 7부 능선쯤 될까?

한 골짜기로 빠져 계곡을 타고 내려갔다.







전 날 밤(11일) 여름비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2주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2주 전 그날 찾지를 못해 다시 온 것이다.







칼로 바위를 자른 듯한 물길을 만들어내며 흘러내린다.











내려 갈수록 점점 물줄기는 커져갔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곳이라 우리가 딛는 걸음마다 곧 길이 된다.







때론 미끌어지고 때론 엉금엉금 기면서

계곡 여기저기를 뒤지며 내려갔다.











애처롭다. 이리저리 뜯겨진 잎.

쏟아져 내리는 물가 바위 틈새에 자리한 이놈이 누굴 닮아 보인다.

왠지 정이 간다. 한 시간 정도 내려 간 것 같다.







50여 년 전의 흔적을 발견했다.

전남빨치산 세 분과 전남도당 박영발위원장의 비트를 찾아 나섰던 길이었다.

박위원장은 토목노동자 출신으로 해방 후 전평 토건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남로당이 불법화 되면서 북으로 간다. 모스크바 유학을 하고

다시 내려와 전남도당위원장이 된다.



이태의 <남부군>에 보면 완고한 원칙주의자인 박위원장이

54년 1월 뱀사골비트에서 자결한 것으로 나온다.

이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 기록과는 차이가 있다.



이런저런 증언들이 지금 만들고 있는 <진달래산천>이라는 다큐멘터리에 기록될 것이다.







수북한 낙엽 밑으로 넓고 평평한 돌들이 쭉 깔려있다. 그 밑으론 빈공간이다.

말하자면 온돌이다. 이 온돌 주위로 방어를 위한 돌담을 쌓고

나무를 이용해 기둥을 세워 은신처로 사용했다.







이 이름 모를 계곡물은 흐르고 흘러 뱀사골 골짜기와 만나고 엄천강으로 이어진다.







수 십 개의 작은 폭포들을 비켜 내려온 것 같다.

물줄기 하나, 바위 하나, 떨어진 낙엽 하나하나가 새로이 보인다.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이런 마음을 애정이라고 하나?



이태의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 1997년>에 김영이라는 빨치산시인에 관한 글이 있다.

김영은 연희대학(현 연세대) 국문과 출신으로 52년 지리산에서 체포되어

20년 형을 받고 복역 64년 가석방되었다.



1995년 가을 어느 날, 김영은 여러 가지 병이 겹쳐 65세를 일기로

한 많은 세상을 마감하였다. 그는 죽기 전 그의 쓰라린 젊은 날의 삶과

운명을 피를 토하듯 이렇게 썼다.



“눈을 밟고 간다.

젊은 날의 쓰라린 꽃잎들

바래고 표백되어 하얀 눈꽃인 양 깔려있는

슬픈 역사의 길.

눈이 오는 광막한 벌판을 밟고 뭉개고

앙상한 내 수난의 이력서를 찢고 짓이기며

아득한 망각 속의 여인의 얼굴들

.....

이제는 식어버린 단어들을 밟으며

나는 눈 속을 간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화장되어 지리산 세석평전에 뿌려졌다.

이제 다시 14일의 주능선으로 올라간다.





16:26



명선봉에서 (1586m)

멀리 촛대봉 부근의 세석평전이 보일 듯 말듯.....





16:27



이제 한 시간만 지나면 어두워진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재촉해봤지만

이미 날은 저물어버렸다. 사정없이 춥고 배고프고 몸은 천근만근이다.



연하천대피소에서 멈췄다. 예상했지만 산장지기가 나무란다.

사람이라곤 우리들 밖에 없다. 15일부터 한 달간 입산통제기간이라

오늘부터 잘 수가 없단다.



우린 인터넷으로 분명히 14일 대피소 예약을 하고 왔는데....

예약을 받아서는 안 되는 걸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잘못한 거란다.

그래서 우짤것이여?

결국 약간의 특혜(비밀로 해야겠죠..)까지 받으면서 대피소에서 잤다.

그러나 밤새 추위에 떨면서..





15일 09:00



연하천을 엄습한 안개 때문이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대피소를 지키는 두 장승이 오늘은 영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다.

늘 붙어 있어도 추운 걸까?





09:22



대피소 옆에 비 없는 묘가 있다.

대피소지기(노호연)에 의하면 빨치산들의 무덤이란다.

5-6년전 대피소 공사를 할 때 지금의 화장실부근에서

다량의 유골이 발견되어 이곳으로 모셨단다.



몇일 후에 우연히 나행선이란 지리산을 잘 아는 사람을

만났더니 시기가 맞질 않는다고 한다.

그 무덤은 더 오래전부터 있었단다. 그래서 빨치산 묘가 아니란다.

노호연씨에 의하면

대피소대장이 직접 묘을 만들었다고 하니 그를 만나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과제로 남겨둔다.  



출발하는 우리에게 또다시 강조한다. 

통제기간에 걸리면 무조건 벌금이 오십만원이란다.

삼각고지에서 음정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을 일러주며

“반드시 가장 빠른 길로 하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벽소령으로 하산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안 된단다...





10:33



날은 거짓말처럼 맑게 개였다.

경고한 삼각고지를 과감히? 지나치니 하늘을 향한 고사목이 눈에 들어온다. 



고사목

                     이성부



내 그리움 야윌 대로 야위어서

뼈로 남은 나무가

밤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나는 보았다

밤마다 조금씩 손짓하는 소리를

나는 들었다

한 오십년 또는 오백년

노래로 살이 쪄 잘 살다가

어느날 하루아침

불벼락 맞았는지

저절로 키가 커 무너지고 말았는지

먼 데 산들 데불고 흥청망청

저를 다 써버리고 말았는지

앙상하구나

그래도 사랑은 살아남아

하늘을 찔러

뼈다귀는 뼈다귀대로 사이 좋게 늘어서서

내 간절함 이토록 벌거벗어 빛남이여









11:07  형제봉(1433m)





11:10



형제봉 바위 아래 햇살 따사로운 곳에 병아리새끼 마냥 모여 앉아 잠시 쉰다.

정화에게 물었다.



-너 애인 있어?

엷은 미소도 아닌 것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본다.

-애인이 있냐구우?

난 맘속으로....

-늘 축 쳐져있는 니가..말도 행동도 느린 니가...좀 맹해 보이는 니가...

열정이라곤 도무지 없어 보이는 니가.....-하며 대답을 기다렸다.

....

-네..

-뭐라!

-누군데? 내가 아는 사람이냐?

-정화의 손가락이 한 곳을 향했고 난 손가락의 끝을 향해 눈을 옮겼다. 세영이였다.

-하하하하!

한참을 웃었다. 원석이가 왜 웃냐고 묻는다. 대답 없이 난 웃기 만 했다.

-진짜냐?

-네!



어쨎튼 둘은 한 집에 같이 산다고 했다.

해석은 내가 알아서 하기로 하고 벽소령을 향해 놀란 발걸음을 옮겼다.





13:04



  가진 게 시간하고 돈밖에 없는 난데 천왕봉까지 가버려?

하지만 지리산을 사랑하는 내가 그럴 순 없질 않나...

연하천산장지기의 말처럼 음정으로 내려 갈 까? 생각도 해봤지만 

지리산 마고할미한테 허락을 받아 벽소령-화개 방향으로 떨어지기로 했다.

집이 화개에 있는데 정반대인 음정으로 내려가긴...그렇죠?





14:38



사랑이라....거참.



그러고 보면 김지회 방준표 홍순석 이영회 등 빨치산 주요 간부 대부분이

산에서 연인이 있었다. 그러나 동성 간의 사랑 얘기는 어떤 기록에도 없다.



중대장급 간부인 한월수와 문정자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기록에 있다.

두 사람의 관계가 문제가 되자 한월수가 이현상을 찾아가 말한다.

“이 일로 투쟁을 소홀히 하지는 않겠으니 서로 떼어 놓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혁명을 위해 산에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전부 애인과 함께 자결하거나

군경에 의해 최후를 함께 맞이하게 된다.



남부군사령관 이현상에게도 애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죽기 몇 달 전에 그녀를 내려 보냈다.

그녀는 투항하여 감옥에서 2년을 살았다.

옥중에서 이현상의 아들을 낳아 부산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여성을 찾는 일도 과제로 남겨둔다.





14:40



벽소령 길에 사람의 기척이라곤 없다.

길마저 낙엽으로 뒤덮여 몇 번이나 미끄러져야 했다.





14:45



겨우 버티고 있는 마지막 잎새들 사이로

따사로운 햇살만이 나른한 오후를 지키고 있었다.





15:09



우와! ...순간 모두 한 목소리가 되어 터져 나왔다.



저 고개 넘어 삼정마을이 있고 그 밑 계곡이 빗점골이다.

빗점골 계곡을 타고 40분 쯤 올라가면

이현상사령관이 최후을 마친 너덜지대가 나온다.



토끼봉 능선으로 해가 걸려 있었다.

지는 햇살에 반짝이는 하이얀 억새,  골을 타고 흐르는 햇살의 여운,

휘어져 오르는 저 고갯길....어떤 신비로움이 날 감싸 안는다.

역시 아직 난 사진으론 느낌을 전 할 수가 없다.

내 옆에서 똑같이 찍은 ‘들개’의 사진을 봐야겠다.

막걸리가 마시고 싶었다. 무척이나....





15:31



        벽소령 내음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 먹고

남쪽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힘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며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





16:35



삼정마을 지나 의신, 화개로 내려간다.

뉘 집 굴뚝에선가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고 난 늘 배도 영혼도 고프다.



                 원 근 법

천천히 걸어도 빠르게 닿아버리는 목적지는 싫다

허기진 밤길 오래 걸어



행복도 열정도 제 몫의 것만 제 품 속에 거두며

허공에 온 몸을 담그고 서 있는 나무들



산이 높으면 골이 깊고

깊은 물은 조용히 흐르는 법이다



이미 많은 걸 깨달아 단순해진

숲에



비 내리고 까맣게 바람 분다

새들은 길을 잃지 않는다





17:32



지리!

눈 내리는 날 널 다시 찾겠다. 반기지 않겠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바라만보고 있겠다는 뜻은 아니다.

온몸으로 너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뜻이다.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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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1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5-01-22 02:33   좋아요 0 | URL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하지요.ㅎㅎㅎ
알라딘의 모든 장점을 감안해도 정이 안가는 부분은 베스트 셀러가 아닌 이상 출간된 지 조금 오래되었다면 어김없이 책때를 너무 타서 책을 만나는 기분을 베려놉니다.
제가 이와 관련된 페이퍼도 쓴 적이 있지만 출간된 지 6개월이 넘은 책들은 가격에 엄청난 메리트가 없는 한 리브로를 이용합니다. 이점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봅니다. 교보도 괜찮은 편이지만, 리브로는 책 보관에 있어서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 듯 싶더군요.
이점에 있어선 알라딘은 통 관심이 없는 듯 하구요. 알라딘서재로 다 용서(?)가 된다고 봐야겠지요. ^^)

kleinsusun 2005-01-22 18:28   좋아요 0 | URL
좋은 사진과 글.... 너무 훌륭해서 꽁짜로 봐도 되는지 모르겠네요.ㅋㅋ

니르바나 2005-01-26 13:30   좋아요 0 | URL
수선님, 참 좋은 사진과 글이지요.
수선님 좋아하시는 로드무비님의 탁월한 선택에 힘입어 제 샘터로 퍼 왔습니다.